스무고개(20 questions)를 하며 식물성인지 동물성인지 광물성인지 첫 질문을 던졌다. 이때 상대방이 산호를 생각했다면 대답하기 곤란할 수 있다. 도대체 산호가 식물인지 광물인지 동물인지 도무지 분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바닷속 산호가 해조류처럼 군집을 이루며 사는 식물인지 알았다. 산호초(草)라는 단어는 그런 오해의 이름이다. 그런데 무량수경에서 산호는 극락을 장식하는 일곱 가지 보석(七寶) 중 하나다. 산호는 아쿠아마린과 함께 3월의 탄생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산호는 광물이다. 하지만 산호는 해파리처럼 강장동물로 분류되었던 자포동물이다. 생명이 끝나면 자포를 쏘던 몸은 사라지고 석회질 뼈만 남는다. 식물 산호초가 아닌 동물 산호충의 잔해가 산호(珊瑚)라는 보석이다. 산호(coral)는 다이아몬드나 에메랄드처럼 무생물을 다듬은 무기물 보석이 아니라 진주(pearl)나 호박(amber)처럼 생명체가 만든 유기물 보석이다.

불가사리도 먹는 중국인들도 산호충은 먹지 못한다. 먹을 게 없어서다. 산호는 인간이 먹을 수 없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산호를 통해 인간에게 수난당하는 육해공 동물들의 먼 내일을 짐작한다. 산호처럼 죽고 난 뒤 인간들이 동물의 잔해를 보석으로 삼든 말든 중요치 않다. 다만 살았을 때 드센 식욕능력을 가진 인간이 고기로 못 먹도록 몸 성분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인위적 유전자 조작술도 안 통하는 자연적 돌연변이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때 가서는 3D, 4D 프린팅으로 제조된 고기를 먹을 수밖에.

박기철 경성대 교수·광고홍보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