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생전 토끼전 수궁전으로도 불리는 별주부전의 주인공은 거북이도 남생이도 아니고 자라다. 한자로 거북이는 구(龜)지만 자라는 별(鼈)이다. 별주부란 바닷속 수궁인 용궁에서 주부(主簿)라는 행정 일을 보던 자라(鼈)다. 지상의 토끼에 멍청하게 당하는 희극적 풍자극인 별주부전을 누가 썼는지는 모른다. 제목도 여러 개이며 이야기 결말도 딱 하나로 정해진 것이 없다. 또 인도나 일본에 비슷한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니 수천 년 전 서민들의 우화가 한 곳에서 생기며 여러 지역으로 퍼진 것으로 판단된다. 신재효(1812~1884)는 판소리 여섯 마당 안에 토끼와 자라가 나오는 '토별가(兎鼈歌)'로 별주부전을 포함시켰다.

별주부전에 나오는 별(鼈)을 삶은 자라백숙.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자라가 지금 세상에 나오면 어찌 될까? 그 짧은 자라 목이 오므라들어 몸 밖으로 아니 나올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데 이제 바뀌어야 할 태세다. 자라가 사람 보고 놀랄 세상이기 때문이다. 별주부전은 온갖 해산물 요리로 성대하게 치러지는 잔치로 시작된다. 여기에 자라로 만든 요리는 없었다. 그런데 지상에 나와 보니 사람들이 자라 고기를 먹고 있다. 얼마나 놀랄까? 자라 양식장에 있는 동족들을 보면 자라목이 더 오므라들 것이다.

두려움에 움츠린 별주부에 한마디 건네고 싶다. 자라가 소 돼지 닭처럼 인간이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니 염려하지 말라고. 자라 고기를 못 먹어 본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그대도 이제 토끼 간을 탐하지 말라고. 그렇게 자라를 편안히 물로 돌려보내고 싶다.

경성대 교수·광고홍보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