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이용자 노인 접근성 떨어져
- 냉방비 지원 없거나 턱없이 부족

"더워도 별수 없지 않겠나. 숨이 턱턱 막히는데 경로당까지 어찌 가겠노. 집 근처 그늘에서 가만히 앉아서 버티는 수밖에 없제."

부산 영도구 청학동에 사는 강명옥(74) 할머니는 요즘 같이 기온이 올라갈 때면 집 밖 그늘에서 시간을 보낸다. 기자와 만난 26일에도 얇은 옷차림으로 나무 그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구 동대신동에서 만난 이모(84) 할아버지도 "이웃 가게나 나무 그늘을 찾아가는 게 다지 에어컨이 켜진 쉼터는 꿈도 안 꾼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올해 동주민센터 경로당 복지관 등 803곳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는 여름철 무더위에 취약한 시민을 위해 마련됐지만 산복도로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서·동·중·영도구에 있는 무더위 쉼터는 141곳에 달하지만, 산복도로 주변의 고지대에 있는 쉼터는 31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동구 20곳을 빼면 3개 구에 11곳뿐이다.

2010년부터 시행된 무더위 쉼터는 처음에는 동주민센터 위주로 운영되다가 주로 이용하는 노인이 쉽게 찾을 수 있게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으로 대상을 넓혔다. 그러나 여전히 산복도로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동주민센터는 대부분 평지에 자리 잡은 탓에 산복도로에서 가려면 가파른 계단 아래로 한참 걸어 내려가야 해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주민 휴게실이 없거나 있어도 2층에 위치해 이용하기가 불편할 뿐 아니라 주말과 휴일에는 문을 닫는다.

경로당 역시 문제가 있다. 경로당은 대개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공공요금을 내기 위해 매달 또는 분기마다 회비를 걷는다. 이 때문에 평소 경로당에 가지 않던 주민은 무더위 쉼터에 가는 게 눈치가 보인다.

지자체가 제각기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중구는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에 매달 7만5000원의 운영비를 별도로 지급한다. 이와 달리 서·영도구는 등록 경로당에 연간 냉방비 15만 원만 일괄 지급할 뿐 무더위 쉼터로 지정되더라도 별도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무더위 쉼터 상당수는 예산이 모자라 기온이 오르는 낮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제대로 켜지 못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에 관한 홍보도 부족하다. 중구 보수동 산복도로에 사는 김모(68) 할아버지는 "무더위 쉼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경진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