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초고층 주거복합단지(101층)를 건설하는 '엘시티' 사업 시행사에 대한 횡령 등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엘시티. 국제신문DB

검찰은 수개월 전부터 시행사와 시행사 관계자 등의 계좌추적을 통해 비리 혐의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사업비가 수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의 비자금 조성 정황 및 건축 인허가 등 사업 시행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조용한 부장검사)는 21일 오전 엘시티 시행사와 시행사 최고위 인사가 소유하고 있는 건설업체, 분양대행업체, 건설용역 및 설계용역 업체 등 10여 곳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이 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이 지정된 용도 외 불법 유출된 점 등을 조사하겠다는 게 이번 검찰 수사의 목표다.

하지만 이번 수사의 핵심은 엘시티 시행사가 용역 대금 부풀리기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와 비자금이 있다면 그 용처가 어딘지를 밝혀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우선 시행사가 용역회사 등 주변 회사에 가공 거래 등으로 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후 이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올해 초부터 계좌추적 등을 통해 시행사의 자금 흐름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이미 비자금 조성 여부가 상당 부분 확인됐고, 검찰 수사가 이 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하는 단계로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부산 해운대구 오션타워에 있는 (주)엘시티PFV 사무실을 검찰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동시에 검찰은 교통영향평가 등 엘시티 사업의 인허가 과정도 주목하고 있다. 비자금이 조성됐다면 결국 인허가와 관련된 금품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또 엘시티와 군인공제회 간 수천억 원대의 채무상환 과정, PF 자금 대출약정 등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 측은 "레지던스의 분양을 막 시작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검찰 수사를 받게 돼 당혹스럽지만,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업 전반에 위법성이 없음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시행사는 이날 해운대구 중동에 마련된 레지던스 분양홍보관에서 분양활동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로 엘시티의 이미지가 실추돼 계약 해지, 분양률 하락 등으로 사업 전체가 차질을 빚을 경우 지역 건설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엘시티 사업은 규모가 워낙 큰 프로젝트여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검찰의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진영 이병욱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