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오시설 반대 님비 두드러지며
- 삭발·시위·집회로 사드배치 반발

- 이미 결정된 사드배치 장소
- 정부, 특별한 이유없이 비공개
- 시간끌기로 지역 분열 부추겨

동남권 신공항으로 촉발된 영남권 분열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후보지가 또다시 지역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신공항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갈등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드 배치 후보지 역시 극심한 지역 간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사드 배치 지역 후보군으로 경기 평택과 오산, 충북 음성, 경북 칠곡, 강원 원주, 전북 군산 등에 이어 경북 예천과 성주, 포항, 경남 양산이 새로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새 유력 후보군은 동남권 신공항 때처럼 영남권이어서 신공항 갈등의 후속탄이 될 전망이다.

특히 경제 효과가 있는 국책사업 등을 지역에 유치하려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과 비교해 혐오시설 유치를 꺼리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은 반발 강도가 훨씬 커 신공항 유치 때보다 더 극심한 지역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드 배치 유력 후보지역은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피해를 받는가 하면 적의 공격 타깃이 될 수 있어 "레이더 설치에 적합한 지형이 아니다" "인구 밀집지역이라 불가하다" 등 저마다의 이유를 대며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다.

사드 배치 장소를 이미 결정하고도 특별한 이유 없이 공개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가 지역 갈등과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방침을 발표하면서 배치 지역을 공개하지 않은 이후 배치 장소를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경기 평택·오산, 경북 칠곡, 전북 군산 등이 후보지로 꼽혔지만, 경북 예천·성주·포항, 경남 양산이 유력 후보군으로 새롭게 부상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경북 성주와 경남 양산 등의 옛 방공기지는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이 퇴역한 이후 현재 활용되지 않고 있는 데다 부지 규모 등도 사드를 배치하기에 부족하지 않아 유력하다는 분석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이 사드 배치 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탓에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북 칠곡에서는 지난 10일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고 군수 등의 삭발식이 진행됐고, 이날 충북 음성에서 '사드 배치 반대 범군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경기 평택 등 다른 후보지도 조만간 반대집회를 열 계획이다. '부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내고, 부산 미국영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사드 반대 여론을 알릴 계획이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