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타일 파손 2차피해 도사려

- 25년 이상 건물 22만7000여동
- 60%는 건축법 적용 전 만들어져
- 내진설계 공공건물도 25% 불과

지난 5일 울산 동쪽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영향으로 부산 전역에서 진도 3.0의 지진동이 감지되면서 30층 이상의 고층 건물과 노후 건축물이 많은 부산의 지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진도 7.0의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부산시가 지진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6일 시에 따르면 해운대구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등을 중심으로 30층 이상 고층 빌딩은 모두 90채가 넘는다. 이들 고층 건물에는 내진 설계가 돼 있지만, 대부분 유리나 타일 등 외장재 붕괴를 막는 '비구조체 내진 설계'는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진동으로 유리나 타일이 깨지는 것은 물론 승강기 고장이나 가스 배관 파손에 따른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류영 해운대구 우3동장은 "5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고층 아파트에서 창틀이 덜컹거렸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5월 '정부 합동 지진방재종합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비구조체 내진 설계기준 도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건축이 완료된 고층 건물에 이를 소급해 적용하기는 어려워 앞으로 대형 지진이 발생할 때 유리나 외벽 파손으로 인한 2차 피해 방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후 건축물 비율이 높아 대형 지진 발생에 취약한 점도 문제다. 지역에 25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22만7823동으로 나타났다. 건축법은 1988년 이후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법이 시행되기 전인 1988년 이전에 지어진 25년 이상 건축물이 60.3%로 노후 건축물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특히 35년 이상 된 건축물이 13만4063동으로 전체 건축물의 35%에 이른다.

공공 시설물은 내진 보강이 필요한 상황인 데다 민간 건축물은 내진 설계 현황조차 파악이 되지 않아 지진 피해에 무방비 상태다.

시가 지난해 10월 벌인 공공 시설물 내진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 1645곳(병원 제외·사유재산) 가운데 내진 설계가 적용된 곳은 330곳(25.1%)에 그쳤다.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1315곳 중 평가 결과가 양호하거나 내진 보강이 시행된 459곳을 제외한 856곳은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특히 구포대교나 도시철도 1호선처럼 준공한 지 오래됐지만 내진 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도로 교량이나 터널, 도시철도 시설물은 보강이 시급하다.

지진 발생 시에 긴급히 대피하기 위해 지정한 지진대피소는 302개지만, 수용 인원은 14만 명에 불과해 시 전체 인구의 4% 정도만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더욱이 이들 시설의 내진 설계 비율은 42%에 불과하다.

부산시의회 박성명 의원은 "시가 '지진 지도'를 작성해 이를 바탕으로 지진 규모별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지진재난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정길 김화영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