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배 농가 "소모적 공방 그만"
- 가공식품 공동 투자 등 촉구

수입한 외국 농산물의 공세로 국내 단감 농가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웃 간인 경남 김해·창원시가 때아닌 '단감 원조 논쟁'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양 지자체가 소모적인 자존심 싸움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단감 농가의 판로 다각화 차원에서 가공식품 연구개발에 함께 나서는 등 머리를 맞대는 게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창원시가 '단감 시배지'는 창원이라고 밝힌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국내 단감 시배지는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라고 30일 밝혔다. 김해농업기술센터는 "1927년 당시 진영역장이던 일본인이 식물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단감 재배 최적지로 꼽힌 진영 일대에 일본산 단감 묘목 100여 그루를 심은 게 시초다. 이는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창원시는 지난 23일 동읍에 단감테마공원을 건립하면서 "창원지역에 있는 100년 된 단감 시배목 한 그루를 테마공원에 옮겨 심었다. 이는 당시 단감 시배지가 창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단감 원조 논쟁'을 지켜보는 단감 농가의 반응은 냉담하다. 과잉 생산에다 판로마저 막혀 단감 시세가 속절없이 하락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누가 원조이냐를 두고 지자체가 논쟁에 열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김해지역 1108㏊에서 1만834t의 단감을, 창원지역은 2010㏊에서 3만9584t의 단감을 각각 생산했다. 전국 단감 생산량 기준으로 창원이 1위, 김해는 3위다. 단감은 매년 10월 중순부터 11월 사이에 '홍수 출하'되는데, 이 시점에 맞춰 값싼 오렌지 등 외국 농산물 수입량이 급증해 국내 단감 농가는 판로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농민회원 간 정보교류와 판로 확대 등을 위해 설립된 한국단감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단감은 10~20% 과잉 생산되고 있다. 단감은 상자(10㎏)당 2만 원은 넘어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지만, 지난해 말 이것의 절반인 1만 원 선에 거래돼 일부 농가는 수확을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수익 확대를 위해서는 저장성이 좋은 잼, 된장, 고추장, 말랭이 등 단감을 2차 가공식품으로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나 두 지자체에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통한 단감 가공식품 개발에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 단감 주 생산지인 김해 진영읍과 창원의 대산면·동읍은 맞붙어 있다. 이 때문에 김해시와 창원시가 시장성이 높은 가공식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공동 투자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와 관련해 김해시 진영읍 안승화 경남단감원예농협장은 "가공식품 공동 연구개발에 김해시와 창원시가 함께 나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수윤 박동필 기자syn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