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다행복학교 21곳 운영 호평
- 교사 행정업무 줄고 교과연수 붐
- 독서교육·토론참여수업 등 확대

- 중학교 의무급식 단계적 시행
- 고교교육·입시 개선 공론화 추진
- 소통 넓히고 미래역량 강화 초점

2014년 7월 '교육본질 회복'을 기치로 부산에 첫 진보 교육감시대를 연 김석준(59) 부산시교육감이 취임 두 돌을 맞았다. 그는 재직 2년 동안 부산발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 운영과 토의·토론·참여형 수업 확대 등 학교문화 혁신에 시동을 걸며 부산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 합리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고등학교에선 0교시 수업과 강제적 야간자율학습이 사라지는가 하면, 교육계의 악습으로 여겨졌던 불법 찬조금과 촌지 관행도 많이 줄었다. 공문 처리 등 행정 업무가 줄고 수업개선을 위한 자발적인 교과연수를 신청하는 교사도 증가했다. 교육정책만큼은 진보·보수의 이해관계를 떠나 공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불편부당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게 김 교육감의 생각이다.

	부산 사상구 엄궁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김 교육감이 보고 있다.

김 교육감은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부산 교육이 바뀌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특히 지난 2년간 학교 현장의 청렴성은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평가다. 학부모님들로부터 '학교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교원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정업무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남은 재임 기간에는 이런 변화의 씨앗들이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의무급식 확대

	30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김석준 교육감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지난해 말 부산 교육에선 중학교 의무급식 논란이 뜨거웠다. 김 교육감의 애초 공약은 올해 중학교 1학년부터 시행해 연차적으로 의무급식을 확대하는 것이었지만, 시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중학교 1~3학년 전체 학생에게 급식비의 약 30% 정도, 즉 한 달에 2만 원씩 나눠 주는 방향으로 재원운용 방법이 바뀌었다. 김 교육감은 "원래 의도와는 달라졌지만, 의무급식의 단계적 시행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앞으로 지원비율을 올해 30%에서 내년에 70%, 그 다음 해에 100%로 늘려 2018년에는 중학교 의무급식을 완전히 실현하겠다. 이를 위해 시와 시의회를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독서교육·토론 위주 수업

	부산진구 전포초등학교 학생들이 텃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김 교육감의 핵심 공약은 '즐거운 학교, 행복한 학교 만들기'다. 독서교육과 토론식 수업의 기반을 조성해 교실 수업 개선을 유도하고, 학생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학교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했다. 또 공교육 정상화의 모델학교로 도입한 부산다행복학교 21개교를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오는 9월에는 청소년복합문화센터인 놀이마루를 개관해 양질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교육감은 학력수준 향상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일반고에 재정·제도적 지원을 통해 진로집중과정, 계절제학기 운영 등 역량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입시제도가 수시 전형 중심으로 전환되는 만큼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지도와 체험활동이 중요해졌다. 또 수업 방식을 토론 수업 위주로 바꾸고 수업 혁신을 위한 교사 연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달성하려면 현 입시 제도의 개혁과 대학 서열화 철폐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많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대학입시 제도 개선에 대해 연구 용역을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공론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서열화된 대학구조에선 고교도 서열화될 수밖에 없고 이를 바꾸지 않고선 공교육 정상화가 쉽지 않다. 고교 교육과 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병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된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대해서는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학교운영위원회 평가 등 공정한 절차로 선발한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내정이나 코드 인사는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소통의 리더십

교육감실 중앙 벽면에는 '들을 청'(聽)자가 걸려있다.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 교육감의 정책 방향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소통 능력만큼은 이구동성으로 칭찬한다. "교육적 소신은 펼치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제대로 판단하려고 노력합니다. 다소 권위적인 학교문화를 청산하고 학교구성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드는데 솔선수범하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학생들의 미래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정보 활용, 소통, 대응 능력 등을 제대로 가르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초등학교에서 생존수영 교육을 하는 것도 적응 능력 강화의 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학력이지만 10, 20년 뒤의 세상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5지선다형 중에 정답을 잘 고르는 능력이라고 할 순 없을 것입니다.".

김 교육감은 지난 2년간 약 200곳의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교사를 만나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남은 임기 동안 더 바쁘게 움직여 지역의 640개 학교를 모두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