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금 환수 비롯 강력 조치
- 사하·연제서장 문책도 약속
- 부산청 감찰 업무에서 배제
- 경찰 신뢰 바닥 뒤늦은 대응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 두 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본지 29일 자 1면 등 보도)과 관련해 강신명 경찰청장이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또 해당 경찰의 의원면직을 취소하고 퇴직금을 환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부산경찰청은 물론 경찰청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이 같은 뒷북 대응이 얼마나 국민의 신뢰를 얻을지 의문이다.
강 청장은 29일 경찰청장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어린 학생을 돌봐야 할 경찰관이 책무를 어기고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진상 확인 없이 의원면직한 두 직원에게 내린 처분을 취소하고, 성관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대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날 사하경찰서 김모(34) 경장과 연제경찰서 정모(31) 경장의 의원면직 처분을 취소했다. 의원면직 처리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었으면 면직을 취소할 수 있다는 서울고법 판례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또 김 경장에게 지급된 퇴직금을 환수하고, 아직 지급되지 않은 정 경장의 퇴직금에 대해서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지급 중단을 요청했다.
경찰청은 의원면직 처분이 취소되면 공무원 신분이 회복되기 때문에 두 경찰관을 대기발령하고,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물어 징계할 방침이다.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파면까지 가능하다.
직위 해제와 함께 대기발령 중인 사하경찰서장과 연제경찰서장의 경우 사전에 성관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만큼 감찰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문책하기로 했다.
부산청과 본청 내부에서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놓고 오히려 은폐했던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부산청은 물론 본청까지 진상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청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감찰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됐으며, 본청 차원에서 감찰과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이철성 차장은 "사건 내용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은 경찰청 감사담당관과 감찰계장을 감찰 업무에서 배제하고 강신명 경찰청장과 본인,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이 모두 감찰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4일 SNS를 통해 사건이 알려진 이후 경찰이 파문 확산을 막으려고 조직의 상하부를 막론하고 몇 차례나 거짓말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청 조사조차 믿기 어렵고, 지휘부에 대한 문책도 불가피하다는 게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경찰청과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고 경찰관의 활동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담경찰관제 운용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김현주 정홍주 기자 kimhju@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