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점 "청소하다 부주의" 해명

개인정보가 담긴 보험계약 청약서 수백 장이 재활용처리장에서 발견됐다. 보험계약 청약서를 작성한 보험대리점 측은 청소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아직도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관리가 시급하다.

28일 부산 동구 한 주상복합건물 재활용처리장에 버려진 보험계약서들.

28일 오전 동구 범일동 한 주상복합건물 재활용처리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간 입주민 A(29) 씨는 깜짝 놀랐다. 재활용처리장 한쪽에 보험청약서 원본들이 검정 봉투에 넘치도록 담겨 있었다. 몇 장을 들어 확인해 보니 보험계약 청약서에는 계약자 이름과 나이, 주소, 직업 등이 적혀 있었다. 일부는 주민등록번호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A씨는 "한두 장 실수로 버린 것도 아니고 입주민들이 다니는 곳에 청약서를 잔뜩 버리면 되겠느냐"며 "나 역시 보험 가입자인데 개인정보가 이런 식으로 처리되는 것을 보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해 보니 재활용처리장 내 다른 봉투에서도 보험 관련 서류들이 발견됐다. 회사 보관용이라고 적힌 보험계약 청약서에는 계약자와 피보험자의 자택 주소, 직업, 휴대전화 번호(뒷자리 4개 제외) 등의 개인정보가 적혀 있고, '6월 자동차 만기 리스트'란 제목의 종이에도 계약자 이름, 차량번호, 보험 개시일과 만기일 등이 기록돼 있었다.

해당 재활용처리장은 주차장과 함께 있어 입주민뿐 아니라 외부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들어가 보험 청약서를 들고나올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취재 결과 보험계약 청약서 등 서류들은 이 빌딩에 있는 한 보험판매대리점에서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측은 고의로 서류를 버린 것이 아니며 실수라고 해명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청소 담당자들이 자주 바뀌는데 청소를 할 때 문서를 실수로 함께 버린 것으로 안다"며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들은 절대 그냥 버릴 수 없게 돼 있어 사무실마다 파쇄기를 두고 처리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난감하다"고 말했다. 업체의 해명에도 수백 장의 서류를 파쇄하지 않고 사무실에 그냥 둔 것은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파기할 때 복구 또는 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업체의 부주의로 개인정보가 방치됐을 때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관련 제도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