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서 여성청소년과, 보고 받고
- 학교전담경찰관 불러 "사표내라"
- 상부 보고 않고 사건 덮으려해
- 연제서, 사표 수리 후 안 알려
- 수사 아닌 내사 등 소극적 대응
- 부산청, 사태 심각성 인식 못해
- 비난 여론 거세지자 서장 문책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해당 경찰서는 이를 알고도 부산경찰청에 보고하지 않고 덮으려 했고, SNS를 통해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해 경찰 조직의 기강 해이와 보고 체계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경찰 '쉬쉬'한 사건 사실로
부산경찰청이 27일 밝힌 이번 사건의 경위를 살펴 보면, 문제가 발생한 경찰서는 학교전담경찰관과 여고생의 성관계 사실을 철저히 숨기려고 했다.
사하경찰서의 경우, 지난 7일 학교전담경찰관이었던 A(34) 씨와 성관계를 가진 여고생(17)이 학교 보건교사에게 사실을 털어놨고, 이튿날 해당 교사는 사하서 여성청소년과에 사실을 알렸다. 여성청소년과 중간 간부는 휴가 중이던 A 씨를 불러 사실을 확인한 뒤 사표를 내라고 권유했고, A 씨는 9일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부산경찰청에 알리지 않았다. 사하서는 A 씨가 경찰로서 품위에 손상이 가는 심각한 일을 저질렀음에도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이를 무마하려 해 사실상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A 씨는 정상적으로 사표가 수리돼 퇴직금 등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됐다.
연제경찰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전담경찰관이었던 B(31) 씨는 지난달 10일 사표를 제출했고 일주일 뒤인 17일 사표가 수리됐다. B 씨와 성관계를 가진 여고생(17)이 심적으로 괴로워하다가 이를 아동보호기관 상담사에게 털어놨고, 상담사는 지난달 24일 연제서 여성청소년과 중간 간부에게 이를 알렸다. 하지만 B 씨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인 데다 여고생이 만 14세 이하가 아니여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연제서 역시 부산경찰청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중간간부 선에서 일을 수습하려 한 것인지, 경찰서 상부에 보고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어 조사해 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사표를 받은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수사 미온적
국민적 공분을 산 이번 사건은 지난 24일 SNS를 통해 알려졌지만 부산경찰청은 사흘이 지나서야 당사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사건 처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전직 경찰 2명을 포함해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한 뒤 성관계에 있어 강제성이나 대가를 제시한 위계(사기)가 있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수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 청문감사담당관실은 사하서와 연제서가 고의로 이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산경찰청이 사건 당사자가 현직 경찰이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사실관계 파악에 소극적이어서 '봐주려고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사건이 벌어진 후 비판적인 분위기가 확산되자 경찰청이 해당 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하고 대기발령 조치했지만 이미 경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태라 늑장 대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부산경찰청은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다가 SNS를 통해 이 같은 일이 알려지자 '일선 경찰서에서 벌어지는 일을 부산경찰청이 모두 알기 힘들다'는 변명만 늘어놓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경찰청 송병일 제2부장은 "경찰서에서 벌어지는 일을 부산경찰청 수뇌부가 모두 알 수는 없다"며 "해당 경찰이 민간인이라 경찰 품위 손상 등 내부 규정을 적용할 수 없지만 가급적 빨리 사실관계를 확인해 처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다음 달 정기인사 때 학교전담경찰관을 남자 학교는 남성을, 여자 학교는 여성을 배치하기로 했다. 학교전담경찰관(남성 36·여성 14명) 남성 비율이 높아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남성과 여성을 함께 배치해 학생들을 배려하기로 했다.
김현주 권용휘 기자 kimhju@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