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형 보육' 일방시행 반발
- 부산역 원장 등 3000여명 집회

- 우려된 보육대란 없었으나
- 갈등 수위 높아질 가능성 커
- 직장맘 "언제 또…" 불안 호소

다음 달 정부의 '맞춤형 보육' 시행을 앞두고 민간·가정어린이집들이 23일 이에 반발해 집단휴원에 돌입했다. 사전에 학부모 동의를 받고 '자율 등원' 실시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갈수록 어린이집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원과 학부모 3000여 명이 23일 부산역 광장에서 '맞춤형 보육제도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kimsh@kookje.co.kr

부산시는 이날 민간·가정어린이집 1620곳(민간 810곳·가정 810곳) 가운데 1223곳(75.5%)이 자율 등원(부분 휴원)에 들어간 것으로 집계했다. 자율 등원은 어린이집을 완전히 휴원하지 않고 당직 교사만 둔 채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형태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직장맘'(직장인 엄마)을 배려한 최소한의 조처다. 이번 집단휴원은 24일까지 이틀간 이어지며, 맞춤형 보육을 철회하지 않으면 다음 달 1, 4일에도 벌어질 예정이다.

0~2세 영·유아의 어린이집 무상보육 시간을 제한하는 맞춤형 보육은 ▷전업주부 차별 ▷어린이집 수입 감소(보육의 질 하락) ▷시행 시기 등의 쟁점에서 보건복지부와 어린이집 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하고 있다. 맞춤반은 현재 종일반(12시간)의 절반 수준인 7시간을 지원하고 보육료는 80%로 줄어든다. 학업, 아르바이트 등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가 대상이어서 직장맘과 차별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이집은 보육료가 삭감되는 데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이날 부산역에서 3000명 이상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연합회 곽문혁 회장은 "현재 보육료가 표준보육료 대비 20.5~27.5% 낮은데, 추가로 20%를 삭감하면 보육교사 급여와 영아들의 급·간식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하는 예산절감용 맞춤형 보육정책 시행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집 측은 시행 시기를 6개월 연기하고 시범사업을 거치는 등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자율 등원으로 '보육 대란'은 막았지만, 어린이집과 정부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학부모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반발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보육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직장맘인 고지현(33) 씨는 "당직 교사 한두 명이 아이 여럿을 돌보는데 제대로 된 보육 프로그램이나 돌봄이 이루어지겠느냐"며 "이번에는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겼는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양측이 하루빨리 해결점을 찾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부산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는 "공공보육을 집어삼킬 현 정부의 맞춤형 보육정책을 전면 폐기하라"면서도 "집단휴원을 강행한 어린이집 또한 그동안 직장맘과 전업맘을 차별해왔던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맞춤형 보육 쟁점 정부 쟁점 어린이집 보육 필요에 따라 어린이집 이용 지원하는 것 전업주부 차별 국민 편가르고 불필요한 갈등 조장 올해 보육료 6% 인상으로 어린이집 수입은 작년보다 4.2% 증가. 교사 처우 개선 예산도 720억 원 증액 어린이집 수입 감소 보육의 질 하락  종일반 보육료 지원금액도 낮은 수준. 추가로 20% 삭감하면 아이들이 피해. 폐업 불가피 예정대로 7월 1일 시행 시행 시기 최소 6개월 연기, 유형별 시범사업으로 재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