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파리(fly)가 아닌 해파리는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 언급된 해팔어(海八魚)에서 온 낱말일 듯하다. 해파리는 발이 여덟 개나 되는 물고기가 아니기에 잘 바뀌었다.

사람 비슷한 유인원 때부터 치더라도 기껏 300만 년 살아온 인간이 볼 때 해파리는 우습게 여길 동물성 플랑크톤이 아니다. 6억 년 전부터 살아온 질긴 생명체다. 한자로 수모(水母)다. 격조 있는 이름이다. 별 내장도 없이 입으로 먹은 걸 입으로 싸는 단순 생명체지만 신비하며 경이로운 불가사의다. 우산 모양의 몸을 수축 이완하며 떠다니는 모습은 징그럽고도 아름답다.

어민들에게 귀찮은 존재인 해파리는 위험한 존재다. 건드리면 쏘는 드센 독종이다. 길다란 촉수에 살짝 닿기만 해도 맹독이 든 자포(刺胞)가 자객(刺客)처럼 자상(刺傷)을 입힌다. 자포로 먹이를 잡는 특성에 따라 히드라, 말미잘 등과 같이 강장동물에 속했던 해파리는 자포동물로 분류된다.

해파리를 서양인들은 Jellyfish라 한다. 몸체가 젤리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맛있게 들린다. 하지만 먹을 수 없는 이름도 있다. 바로 메두사다. 밑으로 길게 뻗은 촉수가 메두사의 뱀 머리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네이밍이다. 해파리를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와 연관시키는 발상이 독특하다. 그런데 음식으로 먹으려면 영 몹쓸 이름이다. 우리가 냉채로 잘 먹는 해파리지만 서양인들은 메두사를 어찌 먹을꼬? 저들은 우리에 비해 부정적 호칭 때문에 못 먹을 것이 많다. Devilfish, Seaweed, Medusa 등.

박기철 경성대 교수·광고홍보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