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건설 자격 심사 허술 악용
- 전문가 위장·불법 대여 일삼아
- 50억 공사 불법하도급 적발도

수중 공사업체들이 전문건설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자격증을 대여받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산지역 수중 건설업체 52곳의 절반가량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처럼 업계에 만연한 '안전불감 관행'이 잠수사의 생명을 위협하고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케이슨 거치 수중 건설공사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수중 공사업(전문건설) 등록에 필요한 국가기술자격증을 불법 대여하거나, 잠수사의 안전을 위해 구비해야 하는 필수 잠수장비를 갖추지 않고도 있는 것처럼 꾸민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지역 수중 공사업체 24곳을 적발해 업체 대표이사 24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국가기술자격증을 빌려준 혐의(국가기술자격법 위반)로 잠수사 A(50) 씨 등 26명도 불구속입건했다.

수중 공사업은 바다와 육지를 잇는 테트라포드, 항만 부두 건설 등 바다에서 잠수사와 장비 등을 사용해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해체하는 전문건설 분야다. 바닷속에서 용접, 돌 쌓기 등 위험한 일을 감수해야 하므로 전문 인력과 안전장비가 필수지만 업체들은 비용을 아끼려고 불법행위를 저질러 왔다.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수중 공사업체들의 불법 행위는 다양했다. A사 등 15개 업체는 업체마다 잠수기능사를 고용해 상시 근무하도록 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1인당 500만 원 이상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아끼려고 개인사업자나 일용직 잠수사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자격증을 빌리고 이들을 상시 근무자로 위장했다. 하지만 실제 공사 현장에는 일용직 잠수사가 투입돼 전문성이 떨어졌다. 이들 중에는 자격증이 없는 잠수사도 있었다.

B사 등 22개 업체는 잠수사의 안전을 위한 필수 잠수장비를 갖추지 않고도 구비한 것처럼 꾸몄다. 바다 깊은 곳에서 작업해야 해 수중 공사업체마다 필수 잠수장비(표면 공급식 2세트, 스쿠버 잠수 5세트)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장비를 모두 구비하면 4000만~5000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은 다른 업체의 장비를 갖다놓거나 인터넷에서 사진을 구해 서류에 첨부하는 식으로 눈속임했다. 이들 업체는 전문건설 자격을 심사하는 기초자치단체 담당자가 업무 부담 등의 이유로 업체를 방문해 실사를 벌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중 공사업체가 또 다른 업체에 공사 일부를 재하청한 경우도 많았다. C사는 50억 원 상당의 조선소 암벽공사 사업을 따낸 뒤 수중 공사 일부를 또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줬다. 수중 건설공사에서 하도급은 제한돼 있지만 공사대금의 20%를 떼고 재하청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진 해양수사범죄대장은 "깊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수중 공사작업의 특성상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잠수사의 안전사고 발생과 부실시공의 가능성이 크다"며 "수중 공사업의 불법행위를 이번에 처음 적발한 것을 계기로 업계가 나서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