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 안전성·경제성 최대 단점
- ADPi 평가항목서 제외 확인

- 가덕신공항본부 '뻔한 결과' 예견
- "정부 발표 후 市 불복 효과 없다"
- 오늘까지 가중치 등 공개 촉구
- 시민사회 대응수위 갈수록 높아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밀양 후보지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된 고정 장애물(산봉우리) 평가항목이 의도적으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용역의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의 향후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정한 용역을 촉구하는 부산 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연제구 교대교차로에 가덕 신공항 유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신뢰성 잃은 용역

산지로 둘러싸인 밀양 후보지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구와 경북 등에서 '항공학적 검토' 카드를 꺼내 들 때부터 이번 용역의 공정성은 의심받았다. 항공 전문가들은 "항공학적 검토라는 논리를 내세운 것 자체가 밀양 후보지가 공항으로서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용역을 맡은 피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지난 2월 중간보고회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문회의 때 넣었던 고정 장애물 항목을 지난달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누락하면서 '밀양을 위한 용역'이라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1월 5개 시·도가 합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용역'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2011년 국토교통부의 동남권 신공항 용역을 보면, 밀양 후보지는 항공기 이착륙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인근 봉화산 등 산 10개의 봉우리 27개를 53~248m 깎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절취량은 1억6355㎥이며, 절취 면적도 404 만㎡에 달한다. 비용만도 수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돼 밀양 후보지가 내놓은 공항 건설 비용 4조6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결국 ADPi는 밀양의 단점인 안전성과 경제성(총사업비) 불리를 상쇄하기 위해 고정 장애물 항목을 누락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정치적 결단해야"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 8일 부산시의회에서 신공항 불공정 용역 시정 최종통보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번 용역이 명백하게 밀양에 유리하도록 의도된 용역임이 밝혀짐에 따라 시가 불복 선언을 포함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가 기한을 정하고 정부가 고정 장애물의 단독 평가항목 포함과 가중치에 관한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불공정한 용역으로 규정하고 불복 선언과 함께 독자적인 민자공항 추진 등 명확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얘기다.

시는 공역과 총사업비 등 다른 항목에서 고정 장애물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ADPi의 '약속'을 믿고 마지막까지 공정한 용역을 촉구하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잡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왜곡된 결과가 나오면 고정 장애물 누락이라는 국토부의 귀책사유가 명확하므로 불복 선언은 입지 발표 이후에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공정한 용역의 '뻔한 결과'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시의 대응이 너무 순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사회는 서 시장에게 용역 불복 선언을 주문하고 있다. 서 시장은 불공정한 용역으로 드러날 경우, 최종 입지 발표 전이라도 불복 선언을 하고 독자적으로 신공항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본지 지난 9일 자 1면 보도) 있다.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 측은 "입지 발표 이후 불복 선언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부산의 모양새만 우습게 된다"며 "정부의 발표 전에 서 시장이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 대규모 집회

부산지역 시민사회는 매머드급 범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앞서 시민사회는 국토부가 13일까지 평가항목별 가중치(배점)와 고정 장애물 항목 포함 여부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불공정한 용역으로 규정하고 용역 불복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와 김해공항가덕이전 시민추진단은 14일 오후 7시30분 중구 남포동 옛 미화당백화점 앞에서 시민단체와 시민, 자원봉사자 등 3만 명이 모인 가운데 정부의 불공정 용역을 규탄하고 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들 시민단체는 지난 2일 서면에서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한 용역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개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를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연다. 불공정한 용역에 관한 지역의 불신 여론이 고조됨에 따라 시민사회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공정한 용역을 촉구하는 대정부 촉구 및 결의문 낭독에 이어 시민들의 가덕 신공항 건설 염원과 불공정한 용역을 질타하는 '나도 한마디' 순서가 진행된다. 마무리 공연 후 참가자 전원이 다 함께 구호를 제창하고 '인간 띠 잇기'를 통해 가덕 신공항 건설을 염원하는 부산지역 여론을 보여줄 예정이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