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비·접근성 제약 결정 번복
- 대만 가오슝 남부국제공항 사업
- 고속철과 경쟁 우려로 백지화

- 밀양 항공기 안전한 이착륙 난망
- 계획보다 산 1m씩 더 절취 필요
- 고비용 저수요로 표류 가능성

장애물과 수요를 기반으로 한 접근성 등 신공항의 입지 조건을 외면한 채 정치적인 판단으로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결정한다면 장애물 제거 비용과 수요 부족 등으로 입지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잘못 선정된 입지를 번복하고 공항 건설 사업을 다시 하는 해외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9일 부산발전연구원이 밝힌 '2011년 국토교통부의 용역 보고서'를 보면, 내륙 입지인 밀양은 인근에 봉화산 등 10개 산의 27개 봉우리를 53~248m 절취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절취량은 1억6355㎥이며, 절취 면적도 404만 ㎡에 이른다. 2010년 대구시의 자체 분석 결과, 산봉우리 절취량은 8620만 ㎥로 국토부 용역보다 절반가량 낮았음에도 비용은 5조9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대구와 경북 등이 항공학적 검토를 내세우며 밀양 인근 산봉우리 4개만 절취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실시설계에 들어가면 항공기 이착륙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지금의 주장과는 달리 27개 산봉우리를 절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지 절취 후 최소한 1m의 토사 복토가 필요하므로 계획된 절개 표교보다 1m를 더 절토해야 한다. 이 경우 1m 추가 절토량은 1043만 ㎥, 복원 비용은 8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수목의 식재가 추가돼 실제 복원 비용은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면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되면서 밀양 신공항은 건설 자체가 표류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커 입지를 재선정해야 하는 혼선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입지 번복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사례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리스본은 포르텔라 공항의 포화로 2006년 오타를 신공항 입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학계와 전문가들은 내륙 입지인 오타에 대해 산지 지형에 따른 공사비 과다와 접근성 제약으로 인한 항공 수요가 떨어지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결국 포르투갈 정부는 오타 입지를 폐기하고 포르텔라 공항 인근의 해안 입지인 알쿠셋을 최종 선정했다. 최근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 위기로 알쿠셋 공항 건설도 불투명해진 상황이지만, 산악 입지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대구와 경북 등은 밀양 입지의 접근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밀양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KTX와의 경쟁으로 국내선 항공 수요는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와 경북, 경남 일부는 KTX를 통해 밀양보다는 인천공항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TX에 밀린 대구공항은 2007년 대구~김포 노선이 중단된 상태다.

신공항의 접근성 문제는 대만의 사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1997년 대만 정부도 타이베이의 송산공항과 타오위안공항의 포화를 해소하기 위해 가오슝을 대만남부국제공항 입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후 타이베이~가오슝 고속철이 건설되면서 수요 감소를 우려한 대만 정부는 가오슝 신공항 사업을 철회했다.

부발연 최치국 박사는 "공항의 경제성을 배제하고 정치적인 판단을 할 경우 사업을 철회하고 입지를 다시 선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