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 개선해야" 불만 목소리

부산시의 인사 실험에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승진 시험에 대비하려고 공무원이 하루 65만 원짜리 고액 학원에 다닐 정도다.

시는 다음 달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3급 승진 대상자(4급·서기관) 32명과 4급 승진 대상자(5급·사무관) 64명 등 총 96명을 대상으로 오는 14일(3급 대상자)과 15, 16일(4급 대상자) 간부역량평가를 치른다고 8일 밝혔다. 이들 승진 대상자들은 역량평가를 앞두고 이날부터 10일까지 3일간 부산시공무원교육원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는다.

간부역량평가는 3, 4급 간부가 갖춰야 할 다양한 요소를 시험과 면접, 민원 대응 상황극 등으로 가려내는 자격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승진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역량평가의 합격률이 낮아 평가를 앞둔 간부 공무원들이 하루 65만 원의 수강료를 내고 컨설팅학원까지 다니며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산진구 부전동과 동구 초량동 등에는 역량평가를 위한 전용 컨설팅학원이 생겼다.

올 1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4급 승진 대상자 8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시행한 첫 역량평가에서는 18명이 탈락해 불합격률이 23%였다. 특히 기술직인 토목직은 절반 이상이 탈락했다. 지난 4월 4급 승진 대상자 6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두 번째 역량 평가에서도 전체 불합격률은 44%로 더 높아졌다. 11명이 응시해 8명이 탈락한 토목직의 불합격률은 72%에 달했다. 첫 번째 평가에서 탈락해 재응시한 간부의 합격률도 54%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안한 마음에 고액의 사설학원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연휴 기간(6월 4~6일) 서면의 한 학원을 찾은 A 사무관(5급)은 "시험에 통과가 안 되면 승진이 안 되니 돈이 문제가 아니다. 나는 하루만 들었지만, 연휴 3일 내내 수강하는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역량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획을 주로 하는 행정직에 비해 전문분야에 특화된 기술직은 이런 유형의 평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 사무관은 "고시 출신에게 유리한 평가다. 30페이지 분량의 문제를 50분 내에 읽기만도 벅차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앞서 역량평가를 시행한 서울시는 '패스(pass)'제가 아닌 점수제로 제도를 변경했고, 경기도는 제도를 폐지했다. 시공무원노조도 시에 합격률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시 조유장 인사담당관은 "일부에서 역량평가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간부의 자질을 평가하고 개발할 수 있는 제도"라며 "이번 평가에서는 난이도를 조정해 합격률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