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자리 전화통화 후 관사 찾아
- 목포경찰, 범행 공모 여부 수사
- 일부 혐의 부인, DNA 검출 돼

- 교육부-시·도교육청 대책회의
- 도서벽지 인사시스템 논의 예정

전남 신안군 한 섬에서 학교에 갓 부임한 20대 여교사가 학부모 등 동네주민 3명에게 잇따라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들은 학부모와 교사, 이웃이라는 신뢰 관계를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지역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교사들을 도서 벽지 지역에 될 수 있는 대로 신규 발령내지 않는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협의하기로 했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5일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A(49) 씨와 B(39) 씨 등 학부모 2명과 마을 주민 C(34)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A 씨 등은 지난달 22일 새벽 전남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에서 여교사 D 씨를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다. A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여교사에게 술을 강권해 교사가 만취하자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2㎞가량 떨어진 관사까지 데려다준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주민 3명은 "여교사를 챙겨주려고 갔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사전공모 가능성을 부인하고 일부는 성폭행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서 명백한 성폭행 증거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여교사를 관사로 데려간 뒤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에 이어 관사를 찾은 C 씨는 '여교사가 식당에 놓고 간 휴대전화를 가져다주기 위해 관사를 찾았다"고 진술했다. C 씨는 경찰에서 성폭행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식당에 불이 켜져 있어 A 씨와 통화했는데 '여교사에게 무슨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챙겨보라'는 말을 듣고 관사로 갔다"고 진술했다.

피해 여교사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현재 병가를 내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을 전후로 술자리를 갖고 전화통화를 주고받은 점, 각자의 차량을 뒤이어 운행한 점을 토대로 공모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오는 7일 시·도교육청 인사담당과장 회의를 긴급 소집해 여교사들을 낙도 오지로 신규 발령내는 것을 자제하는 쪽으로 인사시스템을 바꾸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도서 벽지에 근무하고 있는 여교사 현황을 파악하고, 각 시·도 학교 관사의 보안 상황 등 운영실태 전수 조사도 할 계획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교사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교육대와 사범대의 교육 과정과 현직 교사에 대한 연수에서 성범죄 대응 역량을 키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 관사 실태 조사와 교원 안전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