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 솎기·마늘 수확철 맞아
- 농번기 사람없이 식구끼리
- 지자체 지원센터 인력공급
- 농가 요청 반도 소화 못해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경남 농촌 들녘마다 일손을 제때 구하지 못한 농업인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농번기 일손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29일 경남 함양군 수동면 도북마을 한 사과농장에서 사과 솎기 작업이 한창이다. 이 농장은 일손을 구하지 못하자 가족끼리 작업에 매달렸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29일 고랭지 사과의 주산지인 경남 함양군 수동면 도북마을은 텅 비어 있었다. 죄다 사과농장에 나가 사과 솎기에 매달렸다. 200㏊의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이 마을 100여 가구 주민은 마을 자체 사과꽃축제를 열어 농업과 관광을 접목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일손 부족은 어쩔 도리가 없다. 70세를 넘긴 부모와 함께 사과 솎기를 하던 권호정(51) 씨는 "일꾼을 구할 수 없다. 시일이 오래 걸리더라도 식구들끼리 하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서 단감과 딸기하우스 농사를 짓는 정미정(여·48) 씨는 감 솎기를 할 일손을 찾아 인근 진주시 인력시장까지 알아봤다. 여의치 않자 정부가 운영하는 농산업인력지원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그는 "전문가의 손이 필요하지만, 숙련도를 따지지 않아도 2명만 신청했고 그나마 1명은 첫날 두어 시간 일하다가 힘들다며 그만뒀다"고 한숨을 지었다. 농산업인력지원센터에서 신청 인력의 절반만 배정받은 김모(합천군 청덕면) 씨는 "제때 수확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마늘 농사를 짓는 그는 애초 20명의 인력을 신청했지만, 인력을 구하는 농가가 많아 10명만 배정받았다.

인력을 배정받지 못한 농가는 속이 타들어 간다. 합천군 적중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이모 씨는 "농번기에 공공기관의 인력 지원을 받는 것은 복권당첨이나 마찬가지"라며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민간 인력중개업체에 일꾼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농산업인력지원센터 관계자는 "양파·마늘 주산지인 합천과 창녕지역은 같은 시기에 많은 인력이 필요해 인력난이 더 심하다"고 설명했다.

효과적인 농촌일손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한 자치단체를 질타하는 농민이 많다. 함양군 농산업인력지원센터 김민성 상담사는 "이런 상황에서 농협이 추진하는 농촌인력중계센터(영농작업반)에 관심이 쏠린다. 전국 규모의 방대한 조직력을 지닌 농협이 영농작업반을 제대로 운용한다면 농촌 일손 부족 현상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완용 이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