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 금융그룹 부산은행·생명나눔실천 부산본부·국제신문 공동기획

지난해 12월 위암 판정을 받으면서 이정희(가명·여·45) 씨의 가정은 뿌리째 흔들렸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0만 원 정도의 수입으로 겨우 네 식구의 생계를 이어갔지만, 암 발병 후에는 치료하느라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생계비 120만 원과 의료급여 1종으로 자격 변경돼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씨의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남편과 15년 전 이혼하고 두 살, 한 살이던 아이를 혼자 맡아 키웠다. 남편은 그 이후로 연락이 닿지 않고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책임도 내던졌다. 혼자서라도 아이들을 잘 키워보고 싶었지만, 최근 아들(17)이 왕따 문제로 자퇴하면서 자신이 부족해 벌어진 일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아이가 미안하면서도 고마울 따름이다. 중학생인 딸(16)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 이 씨가 수술을 받자 학업을 뒤로 미루고 간호에만 매달렸다.

이런 아이들에게 경제적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아 이 씨는 현재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을 원하고 있다. 팍팍한 살림에 그동안 미루던 사보험을 지난해 11월 가입했지만 바로 다음 달 암 판정을 받으면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사비 70만 원은 이웃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도움을 주었지만 더는 손을 벌릴 데가 없다. 현재까지 800만 원의 치료비가 미납됐고, 지난 1월 수술 후 폐수종 증상이 나타나 계속해서 입원한 상태로 치료 중이다. 호전적인 예후가 보이지 않고 치료기간이 길어 앞으로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예상된다.

생명나눔 부산본부 관계자는 "이 씨가 지금까지 발생한 치료비 800만 원을 제3 금융권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이 가정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환자가 완치하고 나가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현재 퇴원하면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어 담당 주치의가 퇴원을 거부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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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