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로 입소문 내 흥행 성공
- 공공기관도 소통도구 활용

"아빠, 시작했다！ 빨리요!"

5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여섯 살 난 딸의 다급한 외침에 아버지 김수태(38·동구 범일동) 씨가 딸을 안아 들더니 백사장을 향해 달렸다. 부산 아쿠아리움 앞에 도착한 부녀는 곧 모래밭을 헤치기 시작했다. 앞서 도착한 500명가량의 시민도 눈과 손으로 모래밭을 뒤지는 데 한창이었다.

부산아쿠아리움이 SNS 바이럴 마케팅으로 마련한 '모래 속 보물찾기' 행사에 참가한 시민이 5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경품을 찾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이는 어린이날을 맞아 부산아쿠아리움이 기획한 이벤트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아쿠아리움 직원들은 이날 모래밭에 100장의 아쿠아리움 초대권을 묻었고 오전 10시부터는 '모래 속 보물찾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초대권을 찾은 이들 누구나 현장에서 아쿠아리움 입장권으로 교환하고 오는 8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봄철 해수욕장에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린 데는 SNS 바이럴(Viral) 마케팅의 힘이 컸다. 아쿠아리움은 최근 페이스북에 보물찾기 이벤트에 관한 설명과 영상을 찍어 올렸고, 이는 나흘 만에 16만 건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며 SNS상에서 널리 퍼졌다. 담당자 이호형 씨는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2시간 동안 진행하려고 한 이벤트가 1시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막대한 광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SNS상의 입소문을 이용하는 홍보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부산지역의 다중 이용시설이나 공공기관도 바이럴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부산 유일의 동물원 삼정더파크도 가정의 달을 맞아 최근 페이스북에 30명에게 동물원 초대권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여 흥행을 거뒀다.

이윤 목적은 아니지만 공공기관 중에서도 SNS 바이럴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기관으로는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대표적이다. 딱딱한 행정 정보를 시각 효과와 친근함으로 녹여 공유하는 전략이 성공하면서 두 기관은 총 20만 명가량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SNS 사용 트래픽이 모바일에 집중되는 만큼 시기에 맞춘 행정 정보를 실시간으로 팔로워들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운대구는 나흘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지난 4일 지역 내 숙소·식당·놀거리 등의 할인 정보를 페이스북에 담았다. 부산시는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교통통제 상황을 즉시 공유하며 팔로워들로부터 피해 상황이나 위험 지역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보받아 대처했다.

시 SNS 담당인 김진아 주무관은 "과거 바이럴 마케팅은 민간 기업이 이익을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파급력이 큰 수단인 만큼 공공기관도 격식을 내려놓고 시민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려는 추세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화영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