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입원을 피하려고 혼인신고를 한 '부부'의 사연이 혼인 무효 소송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2009년부터 경계성 인격장애와 양극성 장애로 부산의 한 병원에서 입원과 통원치료를 받았던 여성 A 씨. 2012년 7월부터 조울증 등으로 부산에 있는 또 다른 병원에서 같은 치료를 받았던 남성 B 씨. 이들은 우연히 부산의 또 다른 대형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서로를 알게 됐다. 그 뒤 이들은 정신병동에 입원하지 않을 목적으로 양측 부모에게 알리거나 결혼식도 하지 않은 채 2014년 12월 혼인신고를 했다. 법률상 부부로 상대방의 보호자가 돼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것을 서로 '방어'해주자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열 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동거했지만 3개월 만에 양측 부모에게 들통이 났다. 혼인신고를 한 사실까지 알고 화들짝 놀란 양측 부모는 이들이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속한 시일 안에 이를 바로 잡으라고 종용했다. 이에 A 씨는 부산가정법원에 혼인무효 청구 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3단독 이호철 판사는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 혼인신고가 무효라고 4일 판시했다. "사회관념상 부부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할 의사를 갖고 참다운 가정을 꾸리려는 '혼인 의사'를 가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인용됐다. 이 판사는 "혼인신고 자체에 합의해 법률상 부부라는 신분관계를 설정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이번 사건의 경우 '혼인 의사'가 없는 것이어서 무효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