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풍경보 내려진 3일 괘법동선
- 구조물 무너져 대형사고 날뻔
- 안전불감증에 행인·인부 위협

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쓰러진 중장비가 달리던 차를 덮쳐 인명사고가 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지역 곳곳에서 공사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강풍으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임시 가설물이 무너져 주변 건물 옥상에 걸쳐져 있다. 서정빈 기자

지난 3월 부산 남구 대연동의 건축 공사장에서 45m 높이의 대형 천공기가 넘어지는 사고(본지 지난 3월 10일 자 8면 보도)가 일어났다. 천공기는 넘어지면서 도로 위를 달리던 차량 2대를 덮쳐 4명이 중상을 당했다. 사고 이후 조사에 나선 경찰은 공사현장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으로 보고 안전관리책임자 등 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공사현장에서는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수영구 광안동의 한 신축공사현장에서는 지하 1층, 지상 8층 높이 건물의 철조 골격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장비가 바닥에 놓인 7m가량 길이의 철제 구조물을 하늘 높이 끌어올렸다. 문제는 이 작업이 공사장과 맞닿은 인도와의 경계 지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줄 하나에 의지한 구조물이 흔들거리며 들려 올라가는 동안 시민들이 인도로 지나갔고, 바로 앞 왕복 4차선 차도에는 차들이 지나갔다. 자칫 구조물이 추락하기라도 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법적 규정도 모호하다. 해당 작업 자체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이루어진 것이어서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근처를 지나는 차나 작업 현장 바로 아래 행인에 대한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들은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됐다.

강풍 경보가 내린 3일 오전에는 사상구 괘법동 공사현장의 건물 15층 높이 철제 구조물이 바람에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도시철도역 근처여서 지나는 시민과 차량이 많은 곳이지만 구조물은 다행히 옆 건물 옥상으로 떨어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 일대 도로가 5시간 동안 통제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철제 구조물을 단단히 고정하는 한편 현장의 대형 크레인을 일부 해체해 추가 사고 위험을 차단했다. 전날 밤 10시에 발효된 강풍 주의보가 사고 당일 아침 경보로 바뀌는 동안에도 인명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많았지만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던 셈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노동청 등 기관과 감리사가 공사 현장을 감독하지만 모든 현장의 사고를 예측해 조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전 대신 편의를 택하는 관행을 끊어야 인부와 행인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세희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