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재단이 1일 경남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공개했다. 많은 관람객들은 보수층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아방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저의 실제 모습이 아방궁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일반 개방에 앞서 취재진에게 모습을 드러낸 사저는 아담했다. 사저는 자연의 품에서 인간의 삶이 이어져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이 반영돼 낮게 지어져 일명 '지붕 낮은 집'으로 불렀다고 재단은 소개했다.

고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사저는 대지면적 1290평에 건축면적 182평 규모다. 건축면적 중 사저동은 112평이고 나머지는 경호동이다.

대문으로 들어서자 지하차고가 먼저 보였다. 차고에는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취임하기까지 3개월 정도 사용한 체어맨 승용차와 유모차 형태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정원수 가운데 높이 2.5m 정도의 산딸나무는 제주 4·3 유족회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4·3 제주민중항쟁이 재조명된 데 대한 고마움으로 보내온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손님을 맞이하던 사랑채에는 봉화산과 들녘을 풍경처럼 볼 수 있는 커다란 창이 설치돼 있었다. 이곳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을 앞둔 2009년 바깥출입을 자제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으로 알려졌다.

 

신영복 선생이 쓴 '사람사는 세상' 표구와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뜰에서 손녀와 다정한 한 때를 담은 조그만 액자가 취재진을 맞았다. 손녀가 사람사는 세상 표구 아래에 한 낙서도 그대로 있었다.

사랑채 맞은편에는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식당보다는 주방이라고 해야 할 규모였다. 노 전 대통령 내외와 가족끼리 식사할 때 이곳을 사용했다고 한다.

주방 창에는 손녀 서은 양이 핑크빛이 나는 유리 펜으로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글을 적어 놓았다.

사랑채 건물을 나와 안채를 둘러봤다. 소박한 침대가 있는 침실을 제외하면 TV와 컴퓨터가 있는 거실이 개인 공간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자료조사와 글쓰기용으로 각각 활용하던 컴퓨터 2대는 서거하기직전 마지막 글이 쓰여졌다. 컴퓨터 옆에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이 착용하던 안경과 함께 '한국의 늪' '재미있는 꽃이야기' 등 생전에 읽은 책이 놓여 있었다. 서재에는 1000여 권의 책이 꽂혀 있다.
서재 옆에는 노 전 대통령이 시민과 만날 때 쓴 밀짚모자와 제16대 대통령 취임선서 액자가 걸려 있다.

이날 사저 개방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아방궁이라 해서 화려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우리가 듣던 것과 달라서 충격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23일 서거하고 나서 혼자 기거하던 권 여사는 2013년 11월 사저를 기부하겠다는 의향서를 재단에 제출했다. 권 여사는 지난해 10월 사비를 들여 인근 다른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