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0만 원 면제근거 제시에
- 항만공사, 자진 철회 결정
- '미숙한 행정' 비판 자초

울산항만공사(UPA)가 울산대교 주탑(主塔)이 세워진 부지 사용료를 울산시에 고지(본지 지난 1일 자 12면 보도)했다가 결국 취소했다. 사전협의나 면밀한 검토도 하지 않은 미숙한 행정으로 논란만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울산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울산대교. 울산항만공사(UPA)는 울산대교 주탑이 세워진 부지에 대한 사용료를 울산시에 고지했다가 최근 스스로 취소했다.

27일 울산시와 울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울산항 운영을 담당하는 울산항만공사는 지난달 시에 '울산대교 주탑이 설치된 항만 시설(부지) 사용료로 650만 원을 내라'고 고지했다. 해발 203m짜리 주탑은 태화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남구 울산본항과 동구 예전부두 근처에 1개씩 서 있다. 항만공사는 이 거대한 탑 2개가 국유지 734㎡를 점용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1년 동안의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었다. 항만공사는 항만공사법 제30조 '공사가 관리하는 항만시설을 사용 또는 임차하려는 자로부터 사용료 또는 임대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 개통한 울산대교를 유료로 운영함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므로 부지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 시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의 '국유·공유 재산은 민간투자사업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사용료가 면제돼야 한다고 맞섰다. 아울러 울산대교는 민간 사업자가 시공해 소유권을 시에 이전하는 대신 약정기간(30년)에 통행료를 징수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Build Transfer Operate) 방식으로 건설된 것이어서 현재로선 시 수익이 전혀 없다는 근거도 덧붙였다.

이에 항만공사는 법리적 검토 끝에 사용료를 면제하기로 하고 이런 사실을 최근 시에 통보했다. 두 기관 간 기 싸움으로까지 보였던 주탑 부지 사용료 문제에 대해 항만공사 스스로 철회하면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하지만 항만공사는 이 일로 인해 사전 협의나 검토 없이 미숙한 행정으로 논란만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항만공사 관계자는 "수년 전 장생포 고래바다여행선 부두를 무상으로 임대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수익사업에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이런 기준을 적용해 울산대교 주탑 부지 사용료를 고지했고 시가 사전 협의 과정에서 면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사용료를 부과했다"고 해명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