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 좌천 출생, 어린시절 보내
- 뮤지스땅스 젊은 뮤지션 위한 곳
- '부산에 가면' '청사포' 등
- 곡은 좋지만 부산서 뜨지 않아

- 부모 일찍 돌아가시고 음악 독학
- 음악거리 옛일광역~초등교 적지

낭만가객 최백호(66). 추억 스페셜리스트. 추억이 최백호의 회로를 거쳐나오면 낭만으로 숙성된다. 그래서 그는 자유 영혼의 낭만파로도 불린다. 부산 기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고향에 대한 깊은 정을 간직한 그가 특유의 '색깔'을 드러냈다. "난 기장 좌천 출신이다. 그리고 일광 바다는 내 음악의 근원이다. 고향바다는 감성을 키웠고 영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부산 기장 출신인 가수 최백호는 "부산은 내 모든 노래와 감성의 근원이다. 일광 바닷가에 음악거리를 제대로 만든다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최백호는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 중인 '일광의 최백호 음악거리'와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내가 무슨!"하며 손사래를 쳤으나 곧장 입장을 정리해 "지역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제대로 만든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최백호와의 인터뷰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뮤지스땅스'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부산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가족사, 파란만장의 40년 음악인생을 편안하게 털어놨다.


#뮤지스땅스 총책(?)

-TV에도 자주 보이시고 여전히 잘 나가시는 것 같다.

"가수로서 운이 좋은 편이다."

-근황을 좀 소개하면.

"노래 만들고, 녹음하고, 공연하고, 라디오DJ를 맡고 젊은 뮤지션들과 협업도 한다. 보시다시피 인디밴드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하루 2시간씩 노래도 연습한다. 지금이 내 전성기다(웃음)."

-뮤지스땅스는 무슨 지하 조직(?) 같다. 직접 만드셨나.

"내가 만들었다. '뮤직'과 '레지스땅스'를 합친 말이다. 젊은 뮤지션을 위한 음악벙커라 할까. 문체부가 예산 지원을 했고 우리 팀이 운영을 하고 있다. 아현 지하도 1, 2층에 공연장, 녹음실, 연습실, 갤러리 등을 갖추고 있다. 2014년 말 개장했으며 그동안 줄잡아 1만 명의 뮤지션들이 이용했다. 반응이 좋고 성과도 쌓아가고 있다."

-부산에도 비슷한 음악창작소가 생겼다.

"이곳을 모델로 전국에 4곳이 만들어졌다. 지속적 운영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음악발전소도 꾸려왔는데 잘 되고 있는가.

"그것을 토대로 뮤지스땅스를 만든 거다. 한국음악발전소는 가수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사단법인이다. 원로 가수를 돕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소장이 되었다. 2011년 국내 최고의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선생, 가수 최양숙 선생 헌정공연을 펼친 바 있다."


#'부산에 가면' 잔잔한 반응

-부산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부산 관련 노래가 몇 개나 되나.

"소재로 보면 '청사포' '부산에 가면' 등이 있는데, 사실 모든 내 노래의 근원은 부산이다."

-2년전 발표한 '부산에 가면'은 은근히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에코브릿지(Eco bridge)라는 젊은 뮤지션이 작사·작곡했는데 젊은층들이 좋아한다."

-가사가 매우 인상적이더라.

"부산역과 달맞이고개, 광안리가 등장한다. 들으면 부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노래다. 낭만과 추억이 공존하는 부산, 멋지지 않나?"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하고 시작되는 대목에서 '너'는 옛날 애인을 연상시킨다.

"에코브릿지가 곡을 들고와 불러달라고 했을 때, '이건 딱 내 이야기이고 내 노래다'는 느낌이 왔다.실제로 부산역에 마중 나왔던 긴머리 소녀가 있었다(웃음)."

-그런데 부산에선 왜 뜨지 않았는지.

"좀 몽환적 분위기라 그런지 역동적인 부산 정서하고는 잘 안맞는 것 같다. 부산 사람들은 '부산 갈매기'처럼 리듬감있고 경쾌한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가."

-'청사포'란 노래도 괜찮다는 평이 있었는데.

"그곳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다. 고향을 생각하며 만든 곡인데 PR이 안된 것 같다. 최근 가수 린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비극적 가족사 딛고 성공

-데뷔곡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만든 노래라고 하던데.

"어머님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마흔 여덟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하는 이야기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군대 갈 때 내가 써둔 글이었다. 곡은 최종혁 씨가 붙였다."

-아버지는 영도에서 국회의원(당시 민의원)을 지내신 분이라 들었다.

"당시로선 최연소인 스물아홉에 2대 국회의원을 하셨는데, 내가 태어나고 5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교통사고였지만 암살이었다는 설도 있었다. 아버님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고 전설만 듣고 있다."

-집안이 부자였다고 하던데.

"내 고향은 기장 장안면 좌천리 49번지다. 할아버지는 부농이셨다. 누님 두분이 계셨고 난 외동아들이다. 누님 한분은 아직 부산에 계신다. 아버님 돌아 가신 후 충격으로 집안이 어려워졌다."

-기타는 누구에게 배웠고, 노래는 어떻게 시작했나?

"독학했다. 일광 바닷가에서 동네형들 어깨 너머로 배운 기타였다. 군에 가서는 결핵을 앓아 의병 제대를 했고 제대후엔 극장간판 보조 등 별의별 것 다해 봤다. 그러다 친구 매형이 서면에 차린 조그만 라이브클럽에서 노래를 하다가, 큰 무대인 틴클럽으로 진출했다. 거기서 가수 하수영 형을 만나 서울로 올라왔다. 운이 좋았다."


#고향 위해 하고 싶은 일

-40여년 동안 인기 정상을 누리는 비결이 뭔가.

"나름 열심히 살았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걸 비관한 적은 별로 없었다. 음악도 시류를 의식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나의 색갈을 지켜왔다."

-최고의 히트곡은 누가 뭐래도 '낭만에 대하여'가 아닐까 싶다. 노래의 배경(장소)이 어디냐?

"노래에 나오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은 부산 동래시장 근처 수안파출소 부근의 어느 허름한 다방이었다. 힘들었던 시절 길을 걷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져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에이스 캐논의 색소폰 연주곡인 '로우라'가 흘러나와 그 자리에서 스무번을 넘게 들었던 것 같다. 그런 기억을 더듬어 만든 노래다."

-기장군 일광에 '최백호 음악거리'를 조성하려는 논의가 있다. 어떻게 보시나.

"예전에 포항 호미곶에 '영일만 친구 노래비'를 세우려할 때도 처음엔 반대했다. 그 예산을 더 의미있게 쓰시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음악거리를 제대로 만들어 고향에 도움이 된다면 개인적인 영광이다."

-장소는 어디가 적지라고 보시나.

"내 가슴에 가장 애틋하게 남아 있는 곳은 옛 일광역에서 일광초등학교로 가는 길이다. 중학교 시절 기차통학을 하면서 매일 걸어 다녔던 길인데 낮은 고개를 넘으면 작은 다리가 있었고 공동묘지도 있었다. 저녁에 오면 무서웠는데 그럴 때마다 다리 끝에 어머니가 서 계셨다. 그런 아련한 추억의 길이다."

-공연이 많은 것으로 안다.

"TV 출연을 포함, 와달라는 곳이 많다. 그런데 부산은 별로 없다. 1년에 한 두건? 고향인데(웃음)."


■ 인터뷰 언저리

- 싱어송 라이터이자 화가, 라디오 진행 '팔방미인'
- "매일 2시간씩 노래 연습"

뮤지스땅스에 나타난 최백호는 '옆집 형님'이 해변에 바람 쐬러 나오는 그런 차림새였다. 청바지에 운동화, 몸에 붙는 울 스웨터를 걸쳤다. 캐쥬얼한 옷차림 때문인지 나이보다 젊어 보였다. 균형잡힌 체구에서 친근함과 당당함이 느껴졌다. "멀리서 왔네요~" 어눌한 듯 푸근한 어투. 부산사람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고향 이야기가 나왔다. "내 고향은 기장 좌천이고, 일광초등학교를 나왔죠. 같이 놀았던 고추친구들이 아직도 있어요." 매년 8월 열리는 일광낭만가요제의 콘셉트인 '낭만'은 최백호를 염두에 두고 붙인 것이라고 한다. 최백호는 이곳의 단골 초대가수다.

그는 바쁘게 산다. 싱어송 라이터일뿐만 아니라, 기획을 하고 문화지원사업을 한다. 앨범은 20장 정도 냈는데 5장 정도가 히트곡이라고. 늦깎이 화가로 입문해 개인 전시회도 4번 했다. 그가 8년째 진행 중인 SBS 라디오 '최백호의 낭만시대'는 지난 3월 라디오 진행자 부문 한국PD대상을 받았다. 축구도 잘 한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그는 매니저가 없다. 40여년 간 혼자서 전화 받고 섭외하고 일정짜고 다 했단다.

최백호의 노래는 지독히도 애절하고 쓸쓸하다. 가슴을 쥐어짜듯 포효하듯 노래하는 모습에선 강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중장년층 팬들은 그런 최백호에 열광한다.

'노래 잘 부르는 비결'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난 요즘도 매일 2시간 이상씩 연습한다. 매일 해줘야 성대 근육이 굳지 않는다. 아마와 프로의 차이는 연습의 차이다. 난 승용차 안에서도 반주 틀어놓고 혼자 노래부른다. 자기 컬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최고가 된다."

낭만가객의 인기 유지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연습, 자기 컬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