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원전 사고땐 위험 더 심각"

"일본의 원전 재난이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부산에 왔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7일 오전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후쿠시마의 현재, 사고가 주는 교훈'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기를 맞아 일본 현장조사에 참여한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숀 버니(사진) 수석원전전문가가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벌이는 제염작업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의 70%를 차지하는 산림이 방사능 오염물질을 축적했다가 지속해서 배출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숀 버니 씨는 "일본 정부의 제염목표는 시간당 0.23μ㏜(마이크로시버트)인데, 2014년 소개 명령이 해제된 이타테 지역 1만 곳 가운데 96%가 목표치보다 높다"며 "향후 100년 이상 산림에서 방사성 오염물질이 배출될 것으로 추정돼 사실상 후쿠시마 산림은 방사능 저장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현재 제염작업으로 인한 폐기물을 쌓아둔 곳이 11만3000곳에 이른다. 그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900만㎥ 규모의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이 엄청난 양의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생태계에도 각종 변화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무의 새순이 자라지 않거나 지렁이나 곤충 등에서 유전자변형 등이 확인됐다"며 "일본에 앞서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체르노빌 사태를 볼 때 이는 방사성 영향에 따른 초기 징후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린피스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부산지역에서 원전 사고가 날 경우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리원전은 전 세계에서 6기 이상의 원자로가 밀집된 곳 가운데 반경 30㎞ 이내에 인구(341만 명)가 가장 많고, 설치용량(8260MV) 또한 최고다. 그린피스 장다울 선임 캠페이너는 "고리원전 반경 30㎞ 인근에 해운대(21㎞) 부산항(32㎞) 현대자동차공장(25㎞) 등이 밀집해 있다"며 "일본은 원전사고로 이미 지출한 비용만 133조 원인데, 고리원전에 사고가 나면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지난달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의 해양오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이 일대 대륙붕에 관한 방사능 오염조사를 마쳤으며, 오는 6월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