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부근에 있는 왕인 박사의 무덤을 지키는 박사 후손들이 수미르 공원을 방문해 우키시마 마루호 폭침 추모비 앞에서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국제신문DB

지난 1일 자 국제신문에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바로 백제시대의 구구단 표가 일본으로 전래된 게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중국에서 백제로 전해진 구구단 표의 경로가 확인됐다는 것은 당시 한반도 주위의 문화전파를 파악하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실제 삼국시대의 문화유적 상당수가 일본 고대문화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그 정확한 근거는 아직 한·일 양국의 '뜨거운 감자'로만 남아 있다. 고대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원조 한류, 삼국시대의 문화 수출에 대해 알아보자.

■한반도 르네상스, 일본 전파

연산동 고분군

'삼국사기'에 따르면 고구려는 기원전 37년, 백제는 기원전 18년, 신라는 기원전 57년에 건국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제가 멸망한 것은 660년, 고구려는 668년으로 알려졌으니 삼국시대는 거의 700여 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을 일컫는다. 이 기간 한반도의 문화는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특히 차(茶)와 장례문화는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며, 부산에도 연산동 고분군·복천동 고분군과 같은 화려한 삼국시대의 장례문화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대륙과 연결된 반도의 특성상 삼국시대는 이웃 국가와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유산이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당벽화

백제의 아직기가 일본 태자의 스승이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고, 왕인이 천자문과 논어를 전수했으며, 노리사치계는 불상과 불경을 전달한 것으로 기록됐다. 특히 백제 불교문화의 정수인 미륵반가사유상, 관음상 등은 일본의 불교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고구려의 승려이자 화가였던 담징은 일본에 건너가 불법을 강론하고 채화 및 맷돌·종이·먹 등의 제조법을 가르쳤다. 그가 일본 '호류사'에 그린 '금당벽화'는 지금도 일본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이지만, 정확한 작가는 미상이라는 것이 일본 측 견해이다. 신라는 조선술과 축제술을 당시 일본에 전했다.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삼국시대 문화가 전래돼 일본의 고대문화 중 최고로 알려진 아스카 문화가 형성됐다고 보지만, 이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견해가 일치하지는 않는다.

■일본 국보 칠지도, 삼국 문화 정수

칠지도

'칠지도'는 국사 교과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일본 국보인 칠지도는 한국이 아닌 일본 나라현 덴리시의 이소노카미신궁에 소장돼 있다. 이는 곧 칠지도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논쟁 한가운데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칠지도에 새겨진 글귀에서 시작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칠지도에는 앞면과 뒷면에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있다고 한다. 앞면에는 "태화 4년 5월 16일은 병오인데, 이날 한낮에 백번이나 단련한 강철로 칠지도를 만들었다. 이 칼은 온갖 적병을 물리칠 수 있으니, 제후국의 왕에게 나누어 줄 만하다. ○○○○가 만들었다." 뒷면에는 "지금까지 이러한 칼은 없었는데, 백제 왕세자 기생성음이 일부러 왜왕 지(旨)를 위해 만들었으니 후세에 전하여 보이라"고 쓰여 있다.

대다수 연구자는 백제 근초고왕(346~375)이 칠지도를 만들어 일본 왕에게 전해준 것으로 해석하지만, 칠지도를 일본에 전한 목적에 대해서는 한·일 역사학자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백제왕이 일본의 왕에게 하사했다', '대등한 관계에서 백제왕이 일본의 왕에게 선물로 주었다', '백제왕이 일본의 왕에게 선물로 바친 것이다'라는 설이다.

누가, 어떠한 목적에서 칠지도를 만들어주었는지는 고대사의 미스터리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당시 백제와 일본이 꽤 가까운 관계로 문화적인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이다. 삼국시대 당시 문화선진국으로 치자면 중국이 단연 앞섰다. 그러한 중국의 문화는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까지 전해졌을 것이고, 동아시아 고대문화의 번성기가 도래했다. 이는 곧 문화의 주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문화가 어떻게 퍼지고 번창했는지를 살펴보는 관점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한류'는 분명 우리의 문화이지만, 그것이 더 널리 전파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삼국시대나 지금이나 여전하지 않을까?

박선미 사회자본연구소 대표 · 김정덕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NIE 강사


# 생각해볼 점

우리에게는 아득히 먼 역사 속 인물들이지만, 삼국시대에는 지금의 걸그룹 못지않은 한류 전파자들이 상당히 많았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를 대표한 문화인들이 어떠한 활약을 했는지를 조사해볼까요?

고구려 ▷담징 ▷ 가서일 ▷혜자 ▷ 혜관 ▷도현

백제 ▷ 아직기 ▷왕인 ▷관륵 ▷노리사치계 ▷혜총 ▷아좌태자

신라 ▷심상 ▷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