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해수담수 공급찬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가 21일 부산 기장군청 앞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공약화 압박, 총선쟁점 떠오를 듯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관한 찬반 주민투표를 거친 결과 1만4000여 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결과를 두고 찬반 양측이 엇갈린 해석을 내놓아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 1만4308명 "해수담수 반대"

기장해수담수공급찬반주민투표관리위원회(이하 투표관리위원회)는 주민투표 개표 결과 총투표자의 89.3%인 1만4308명이 공급 반대를 지지했다고 21일 밝혔다. 총투표자 수는 1만6014명으로 26.7%의 투표율(본지 21일 자 6면 보도)을 보였다. 투표율은 해수담수 공급 대상 지역인 기장읍 장안읍 일광면의 19세 이상 유권자 수(5만9931명·부재자 제외)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김준한 투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짧은 시간 열악한 환경에서 주민이 어렵게 만든 결과이니만큼 정부와 부산시도 이들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주의 역사는 시민이 법보다 한 발 더 앞서왔다. 주민투표의 불법성만 운운하지 말고 민주주의에 관한 주민의 열망에 법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찬성표와 무효표는 각각 10.2%, 0.4%로 나왔다. 해수담수 공급에 찬성하는 주민은 대부분 이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찬반 비율은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주민투표법상 유효 투표율(33.3%)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개표를 진행해 본질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투표장까지 와서 적극적 반대 의사를 밝힌 주민이 1만4308명으로 확인돼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주민투표의 대표성 문제를 제기하며 합동수질검증단 구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영환 시 상수도본부장은 "투표한 주민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참여하지 않은 다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장지역 총선 쟁점 부상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는 이 같은 주민투표 결과를 가지고 4·13총선 후보에게 공약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몸이 달아오른 후보들도 해수담수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등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기장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조용우 후보는 해수담수의 안전성과 경제성, 주민 의견 수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투표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1만4308표는 의미 있는 숫자"라고 말했다. 반대협의회는 해수담수를 찬성하는 후보에 대해 낙선운동도 벌일 방침이어서 기장지역 총선의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