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부산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BIFC) 주차장에서 설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입주기관 직원들이 센터에서 마련한 귀향용 리무진 버스 앞에서 임원들과 명절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5일 오후 1시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22대의 리무진 버스가 BIFC 자갈마당에 주차돼 있었다. 이들 버스는 63층 초고층 건물인 BIFC에 입주한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과 그 가족 들이 설을 맞아 서울 경기 청주 전주 등지로 귀성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마련된 버스다.

이 같은 단체 귀성은 지역 신발산업이 호황이던 1970, 80년대에는 흔한 풍경이었다. 신발공장에서 일하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직공이 명절이면 무리를 지어 고향에 다녀왔다. 그 이후에는 다른 지역에 유학 간 대학생들이 총학생회 주도로 관광버스를 대절해 한날한시에 함께 귀성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특히 2004년 고속열차 KTX가 개통하면서 단체 귀성은 자취를 감췄다. 여러 금융 관련 기관, 수천 명이 함께 근무하는 독특한 형태의 초고층 건물 BIFC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던 단체 귀성이 신발공장 여공이 아닌 화이트칼라로 대상자가 바뀌어 되살아난 셈이다.

"고향이 대전이에요. 많은 사람과 함께 고향에 가니 든든하고 정겹네요." BIFC에서 근무하는 이하나(여·31) 씨가 버스에 오르며 말했다. 설을 맞아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한결같이 푸근한 미소가 걸렸다. 고향에 있는 부모에게 안겨주려고 양손 가득 선물 꾸러미를 든 이도 눈에 띄었다.

BIFC에서는 지난해 설부터 이런 대규모 귀성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한국거래소와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5개 기관의 직원과 가족 582명이 귀성길에 올랐다.

아내와 함께 아홉 살 난 딸을 데리고 청주 본가로 가는 김상국 씨는 "같은 건물에 근무하고 있어도 얼굴을 모르는 직원이 많지만, 이날 만큼은 서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함께 고향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22대의 버스는 서울·경기권을 비롯한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청주로 향했다.

단체 귀성을 준비한 BIFC 관리업체 관계자는 "부산 외 지역 출신 직원이 편히 귀성길에 오를 수 있는 데다 비용 절감 효과도 커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