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동래구 안락동 충렬시장 '남해건어물'에서 송부웅 정복자 씨 부부가 "IMF가 터진 뒤 나누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명절마다 건어물을 이웃에 기부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충렬시장 송부웅·정복자 씨
- 매년 설 마른멸치와 김 전달
- "주변 도움으로 20년 넘게 장사
- 어려운 사람에게 되갚는 것"

부산 동래구 안락동 충렬시장 '남해건어물'. 마른멸치 명태포 등 각종 건어물이 쌓여있는 10㎡ 남짓한 좁은 가게에 노부부가 설맞이 장을 보러 온 손님을 맞고 있다.

"아이고, 별것도 아닌 거로 무슨 인터뷰요. 얼른 가소, 좀!"

손님이 뜸한 시간을 틈타 청한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는 송부웅(72)·정복자(여·70) 씨 부부를 자리에 앉혔다.

"요새 다들 어렵잖아. 특히 이 동네에는 혼자 사는 어려운 노인이 많아. 나야 마누라도 이렇게 살아 있고 아들딸도 명절 때 찾아오지만, 혼자 사는 노인네들은 그냥 집에서 TV나 보고 명절을 보낼 거라고. 그래도 설인데 그냥 반찬 하라고 조금씩 나누는 것뿐이야."

송 씨 부부는 지난 1일 30만 원 상당의 마른멸치 50봉지와 김 30톳을 지역에 있는 저소득 홀몸노인 30세대에 전달했다. 1998년부터 매년 설과 추석에 해오는 일이다. 2014년까지는 여름에 삼계탕도 나누었지만, 지난해부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잠시 중단하고 있다.

송 씨 부부가 작지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한 계기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사태다.

"그때 우리도 어려웠지. 사람들이 지갑을 딱 닫아서 장사가 잘 안됐어. 애들 학비 대는 것도 빠듯했지.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힘든데 우리보다 못한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이 생각을 하니까 장사 안된다고 투덜거릴 수 없더라고. 그래서 조금씩 나누고 살자고 결심하게 됐어. 마누라도 좋은 생각이라며 선뜻 동의해주더라고."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아내 정 씨가 한마디 거든다. 그는 "명절 때 우리 집에 와서 멸치 한 봉지 못 사는 노인네가 많아요. 주변의 도움으로 20년이 넘게 이곳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으니 어려운 분들이랑 나누는 게 당연하지. 해마다 '조금 더해야지 더해야지'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미안할 뿐이죠"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