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로 규정, 전담요원 배치
- 내달 2일까지 집중신고기간
- 2차 피해 우려 땐 구속수사

지난달 26일 오전 6시께 울산 남부경찰서 112상황실로 한 여성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에선 "살려달라"는 여성의 신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출동한 경찰관이 본 현장은 참담했다. 2층 주택 현관문 유리창은 깨져 있었고 인근 가게까지 도망쳐 신고를 했다는 피해 여성 A(47) 씨는 피투성이였다. 가해자는 A 씨의 전 애인인 B(50) 씨였다.

2년간 연인으로 지냈던 이들은 6개월 전 이별했다. 헤어진 후에도 B 씨는 꾸준히 A 씨에게 다시 만날 것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 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해 4월 22일 새벽 3시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C(23) 씨는 여자 친구 D(21)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수차례 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했다.

범행 직후 C 씨는 D 씨의 시신을 자신의 집 현관에 옮겨둔 뒤 옷을 갈아입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 사랑싸움? 폭력 수위 높아

이처럼 연인 간에 발생하는 폭력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데이트 폭력은 꾸준히 벌어지긴 했지만 사회적 문제로 보지 않고 그저 단순한 '사랑싸움' 정도로 치부해 왔다. 부부 간 발생한 범죄를 '가정폭력'으로 보고 경찰 전담부서가 피해 예방에서부터 피해자 보호, 사법처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분히 방관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데이트 폭력이 갈수록 흔해지고 수위도 생사를 넘나들 정도로 위험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 폭력은 모두 209건이었다. 폭행이 109건으로 가장 많았고, 상해가 65건으로 뒤를 이었다. 흉기 등을 이용한 범죄(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는 24건,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8건이었고, 살인사건도 3건이나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2년 191건 ▷2013년 225건 ▷2014년 192건 등으로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200건 가까이 접수됐다.

경남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425건의 데이트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상해가 17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폭행이 153건, 폭력행위 등 63건, 강간·강제추행 26건, 살인 6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1년 453건 ▷2012년 371건 ▷2013년 383건 ▷2014년 374건 등이었다.

■ "피해자 신고가 가장 중요"

한국여성의전화가 밝힌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2269건의 상담 가운데 연인과의 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은 215건(9.5%)이나 됐다. 폭력의 유형(복수 응답)은 정서적 폭력이 81.9%(176건)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신체적 폭력이 52.1%(112건), 성적 폭력이 38.6%(83건), 경제적 폭력이 11.6%(25건)를 차지했다.

이처럼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자 급기야 경찰이 나섰다. 경찰은 전국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 '연인 간 폭력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형사팀과 여성수사팀이 공조해 전담 수사요원을 배치했다. 보복범죄 등 2차 범행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 2일까지를 '연인 간 폭력 집중 신고기간'으로 정하고 제보와 신고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데이트 폭력은 당사자 간 문제로 여겨 피해 발생 후 사법처리하는 방식이었으나 앞으로는 피해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2차 피해 가능성이 큰 경우 구속 수사가 원칙이지만 근절을 위해선 피해자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종근 이종호 기자

경남·울산 데이트 폭력 발생 추이   2012 2013 2014 2015 경남 371 383 374 425 울산 191 225 192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