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제 원장이 지난 19일 크루즈선 퀀텀오브더시즈 6층에 마련한 의료상담석에서 중국인과 피부상담을 하고 있다.

- 亞 최대 '퀀텀오브더시즈'서
- 지역 의료진 강연·상담 이벤트
- 대형 크루즈 접안 가능한 부산
- 피부·미용분야 관광상품 청신호

선사 로열캐리비안인터네셔널의 퀀텀오브더시즈(Quantum of the seas·16만8666t)호는 승무원 1500명과 손님 4900명 등 총 6400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초대형 크루즈선이다. 아시아를 운항하는 크루즈선 중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5박 6일 일정으로 출발한 이 크루즈선에는 부산지역 의료진 두 명(김양제·박효순 원장)이 탑승해 의료 강연과 상담 이벤트를 열었다. 이들은 부산에서 각각 고운세상 김양제 피부과와 누네빛 안과 병원을 운영한다. 국제적 선박회사인 로열캐리비안인터네셔널이 한국 의사와 의료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의사 크루즈 진입 장벽 허물어

로열캐리비안 측은 지난 18일부터 이틀 동안 크루즈선 6층에 안과와 피부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안내 방송을 수차례 하는 등 공을 들였다. 그 덕분에 로열시어터(Royal Theater)에서 열린 '닥터와 함께하는 토크쇼'에도 200여 명의 고객이 찾아왔다.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이지만 두 병원 모두 의료지식이 풍부하고 통역이 가능한 직원이 있어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번 행사는 선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부산에서는 2년 전부터 박효순 원장과 김양제 원장 등이 주축이 돼 의료 분야와 크루즈관광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크루즈의료관광협의회를 구성하고 관광회사 등과 함께 팸투어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크루즈 진입 장벽은 높았다. 한국크루즈의료관광협의회 측은 "로열캐리비안에도 수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반응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선사 측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었는지 우리에게 먼저 제안했다"며 "2년간 공들인 노력이 이제야 싹을 틔웠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부산 가고 싶다"

처음 크루즈선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의료진에 대한 반감이 심했다.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부작용이 생겼다는 뉴스가 중국에서 많이 보도됐다. 실제로 한국 병원에서 치료받고 부작용을 경험한 중국인도 만났다. 지난해 한국에 5회 방문했다는 왕진(여·48) 씨는 "제주도 한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오히려 잡티가 더 많이 올라와 실망스러웠다"며 "한국병원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솔직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가 인정한 의료진에는 신뢰를 드러냈다. 또 무조건 시술을 권하기보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두 의사에도 마음을 열었다. 한 50대 중국인 여성은 "한국 성형외과에서 여러 차례 시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매번 의사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그동안 한국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컸는데 오늘 상담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의사의 명함을 받아갔다. 김양제 원장은 "이번 크루즈 강연과 상담을 통해 한국 의료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어 다행"이라며 "부산이 지방이지만 실력 있는 의사가 많다는 것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 테마 크루즈 특화상품으로

부산관광공사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부산에 70여 척의 크루즈가 들어왔지만, 올해에는 230여 척이 입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관광공사 측은 "지역에서도 작년부터 크루즈마케팅을 본격화하면서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주로 중국 관광객이 많은데 크루즈에서 피부나 미용 분야와 연계한 상품화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박효순 원장 역시 "퀀텀오브더시즈와 같은 대형 크루즈선은 현재 부산에만 접안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부산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에는 크루즈 내에서 강연하고 상담했지만 앞으로는 의료시설을 갖춘 상시 부스도 설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