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평화의 소녀상이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내 학생교육문화회관 광장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동안 부산시민공원과 남구 대연동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놓고 부산시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대립했다.

양측이 주장하는 바는 모두 일리가 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소녀상 건립 목적이 다시는 이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후세에 교훈이 되자는 것인데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 설치하면 이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시민공원에 전례를 만들면 다른 단체가 모두 이곳에 동상을 세우려고 달려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서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있으니 여기에 세우는 것이 역사관 설립과 궤를 같이한다는 주장을 보였다. 결국 양측이 합의한 학생교육문화회관 터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니 이 또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친 게 하나 있다. 서울은 소녀상이 어디에 있나. 바로 일본대사관 앞에 있다. 얼마나 일본이 두려워했던지, 이번 한일 위안부 협상에서 일본이 소녀상 철거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양국 협약문에도 소녀상 철거를 위해 우리 정부가 협조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부산도 소녀상을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하는 게 맞지 않나. 위안부 문제가 일본으로부터 비롯됐으니 원인 제공자 건물 앞에 설치해 이를 보고 반성하도록 하는 것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려면 부산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 일본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협상을 한 상황에 정부는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부산시 역시 이런 정부 처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도하고 모든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여기에 시민이 힘을 보탤 때 소녀상은 영사관 앞에 자리할 수 있다.

서병수 시장은 올해 하굿둑 개방과 부전천 복원 등 굵직한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시민적 지지는 다른 단체장보다 나은 것이 없다. 하지만 서 시장이 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에 힘을 보탠다면 시민의 존경을 받는 시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