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창원시 진해구 세스페데스공원 개장식이 열리고 있다. 창원시 제공

- 시, 3억 원 들여 공원 조성에
- 일부 천주교인 "국민 정서 반해"

경남 창원시가 30일 진해구 남문동 웅천왜성 근처에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따라 조선에 왔던 천주교 신부를 기념하는 세스페데스 공원을 개장했다. 세스페데스(1551∼1611)는 한반도 땅을 밟은 최초의 천주교 신부다.

시는 3억 원을 들여 공원 전체 면적 1만4129㎡ 중 3200㎡를 세스페데스 공원으로 재단장했다.

1993년 스페인 정부가 옛 진해시에 기증한 청동 기념비를 공원 중앙으로 옮기고, 그가 조선에 첫발을 내딛는 장면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세웠다. 가우디, 피카소 등 스페인 출신 예술인들을 알리는 이미지 타일도 있다.

시는 지난 2월 창원을 방문한 스페인 대사가 공원 외곽에 설치되어 있던 기념비를 중앙으로 옮겨 단장해 주기를 요청한 데다 한국 땅을 밟은 첫 서양인 신부인 세스페데스를 기념하고 해외교류를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공원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공원 개장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몇몇 천주교인은 조선 침략 선봉장의 초청으로 와 사실상 종군신부 역할을 한 세스페데스를 기념하는 사업은 시민 정서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마산교구 대표인 하춘수 신부는 "세스페데스 신부가 조선 땅을 처음으로 밟은 신부이고 미사가 이뤄졌다는 의미는 있다. 하지만 왜장인 고니시 유키나가의 초청으로 와 왜장과 왜군을 위한 미사를 했을 뿐"이라며 "창원시가 교회사적 의미까지 부여해 공원을 조성해야 하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왜군으로 인해 조선 사람이 얼마나 많이 도륙당하고 고통을 당한지 알지 않느냐. 지자체가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지 의아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세스페데스 신부가 비록 왜군 종군신부로 조선에 왔으나 그와 그가 속한 예수회가 임진왜란 이전부터 조선 포교에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16세기에는 종군신부라는 개념이 없었다"며 "현재의 잣대로 당시 세스페데스의 조선 방문을 평가하면 안 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