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박스 고장 상황파악도 못해
- 행적 묘연…치안불감증 제기
경찰이 현장검증 도중 절도범을 놓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이 도주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경찰은 아직 행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9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5시45분께 수영구 광안동 주택가에서 빈집털이범 설모(24·사진) 씨가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쳤다. 경찰은 바로 전날인 26일 중구의 한 금은방에서 설 씨를 절도 혐의로 체포하고 그가 빈집 20여 군데에서 귀금속을 훔쳤다는 자백을 받았다. 이튿날 해운대·연제·수영구 등의 주택 15곳을 함께 다니며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경찰 2명과 형사기동차량(승합차)에 타고 있던 설 씨는 시속 10㎞ 속도로 서행 중이던 차량 뒷좌석에 혼자 앉아 수갑과 포승줄을 풀고 순식간에 차에서 뛰어내려 주택가로 도망쳤다. 경찰은 곧 바로 뒤쫓았지만 주택 사이 담을 넘어 사라진 설 씨를 놓쳤다. 그 이후 경찰은 부산지역 경찰서 형사 500여 명을 투입해 검문을 강화했지만, 설 씨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28일 오후 설 씨를 공개수배하고 시민의 제보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설 씨의 도주 과정에서 범인 감시 구멍이 곳곳에서 드러나 경찰의 치안 불감증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범인 감시가 너무 허술했다. 통상적으로 현장 검증을 나갈 경우 경찰 1명이 범인의 옆에 바짝 붙어 감시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날 설 씨와 함께 있던 경찰 3명은 각자의 일을 하느라 범인을 주의 깊게 살피지 못했다. 한 경찰은 차량에서 400m 떨어진 지점에서 피해자를 조사했고, 앞좌석에 앉은 2명 중 1명은 운전을, 다른 1명은 휴대전화로 목적지를 검색 중이었다. 전과 9범인 설 씨는 혼자 뒷좌석에서 재빨리 수갑과 포승줄을 풀고 감시가 소홀한 사이 도주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기동차량 뒷좌석에 피의자와 경찰이 동승하기 때문에 차 문을 따로 잠그지 않는다. 뒷좌석에 있던 형사가 앞으로 자리를 옮기고 5분 만에 벌어진 일이라 대응이 빠르지 못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게다가 수갑을 차고 있던 설 씨가 이를 어떻게 풀고 도망쳤는지 확인할 길도 사라졌다. 형사기동차량 내부를 촬영하는 블랙박스가 고장 나 범인의 도주 상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1년 설치한 블랙박스는 2년 전 고장 났으나 수리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고치지 않고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동네에 CCTV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설 씨가 도주한 경로가 주택과 주택 사이라 제대로 모습이 찍히지 않은 점도 행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다. 설 씨가 CCTV에 찍힌 것은 도주한 지 5분 뒤인 지난 27일 오후 5시50분이 마지막이었다.
영도서 관계자는 "범인이 갈만한 장소로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설 씨의 가족과 지인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