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농협 직원의 26억 원 횡령 사건(본지 지난 3일 자 10면 보도)과 관련해 전·현직 조합장과 이사 등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함양경찰서는 함양농협이 26억 원을 횡령한 A(46) 씨를 고발한 데 이어 현 조합장과 전 조합장, 이사 등 임원 4명과 직원 6명도 추가로 고발조치함에 따라 수사를 펴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함양농협이 전체 횡령 금액 가운데 15억 원을 결손처리한 사실을 중시해 전·현직 조합장의 묵인과 직원들의 결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함양농협이 고발한 이들 임직원은 전체 횡령 금액 중 15억 원을 결손처리할 당시 결재 라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결손 처리하려면 이사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윗선의 도움이나 직원들과의 결탁이 없으면 어렵다고 보고 은폐와 공모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함양농협은 2007년 재고 조사 당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이후 해마다 1억원 이상 결손처리해 왔다. 경찰은 또 함양농협이 횡령한 A 씨에 대해 징계 등 그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A 씨가 2012년 상무로 승진했다가 다른 농협으로 옮긴 사실에 대해서도 사건 관련성 여부를 캐고 있다.

A 씨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함양농협 가공사업소에서 물품구매담당으로 근무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회사와 거래하는 방법으로 허위로 물품을 구매한 뒤 물품대금 26억 원을 자신의 가족 계좌로 송금해 이를 빼냈고, 횡령한 돈은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실은 후임 물품구매담당 B 씨가 인수인계를 받는 과정에서 장부상 물품과 실제 보관하고 있는 물품 간 차이가 너무 커 인수인계를 거부하면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