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569돌 한글날이었다. 한글은 세계에서 우수함을 인정받은 위대한 언어이다. 한글은 1443년 조선 세종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으로 창제해 1446년에 반포한 문자다. 이후 한문을 고수하는 사대부에게 경시되기도 했으나, 조선 왕실과 일부 양반층과 서민층을 중심으로 이어지다가 1894년 갑오개혁에서 한국의 공식적인 나라 글자가 됐고, 1910년대에 이르러 한글학자인 주시경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부산시와 구·군이 국어를 바르게 쓰자는 취지로 제정한 조례조차 한글맞춤법에 맞지 않아 엉망이라고 한다. 한글날을 앞두고 점검한 결과 영어나 일어식 표현, 띄어쓰기 오류, 문법 오류 등이 수두룩하게 지적됐다. 국어를 바르게 쓰자면서 스스로 망가뜨리는 지방자치단체의 무신경이 심각한 수준이다.
맞춤법에 맞지 않는 사례를 보면 정말로 몰라서 그렇게 쓴 것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공문서등의' '시거주' '생 략'은 '공문서 등의' '시 거주' '생략'으로 써야 하는데 아예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있다. '외래어 표기법,국어의'는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로, 반점(,)은 앞 단어에 붙여 쓰고 뒤 단어는 띄어 쓰는 게 원칙인데도 지키지 않았다. 이 밖에 일어와 영어식 표현도 수두룩해 한글을 바르게 쓰자는 본래 목적이 퇴색하고 말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어를 훼손하고 엉터리로 사용하는 것은 비단 조례뿐만 아니다. 마치 영어식 표현이나 구호를 쓰면 선진적인 것으로 착각하고, 어려운 한자어를 쓰면 유식하다고 생각하는지 곳곳에 영어식 ·한자식 표기가 많다. '서부산 글로벌시티' '체인지모어' '선앤펀' '브라이트' '휴 네이처' 등은 부산시와 구의 구호들이다. 정감 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달맞이길'이란 고운 이름을 내팽개치고 '문탠로드'라고 개명한 데 이르면 어이가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정용어를 순화하고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을 지속해서 벌여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식 용어가 많고 영어식 표현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선 지자체들은 국어 바로쓰기 조례부터 바른 국어로 고쳐 쓰기를 바란다. 조례조차 이렇게 엉터리로 적어 놓고서야 국어 바로쓰기를 할 거라고 누가 믿겠는가. 앞으로 사업이나 구호에 무턱대고 영어식 이름을 짓는 것도 자제하기 바란다.
신동현·용수초 교사
# 어린이 사설 쓰기
'내가 배우는 것은 결국 한문으로 쓰인 문장의 의미와 그 교훈이 아닌가? 서당에서 스승이 한문의 의미를 해석할 때는 반드시 우리말로 되새기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어려운 한문을 쓰지 말고 누구나 잘 아는 우리말로 가르치면 쉽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10년 동안 공부하여 얻은 지식을 만약 우리말로 배웠다면 대략 3, 4년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아직 소년티를 벗어나지 못한 열일곱 살의 주시경은 이러한 깨달음 아래 한문 공부를 그만두고 새로운 학문의 길을 모색했다. 주시경 선생은 박세양, 정인덕 두 스승 밑에서 산수 지리 영어 등 신학문을 배우면서 선진국이 자국의 언어로 막대한 편의를 얻고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나라의 말과 글을 연구해 국어 문법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학문 연구와 민중계몽운동이 서로 다른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점점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고, 서울 각지에서 '국어강습회'가 열렸으며, 국어교육 연구에 모든 것을 바쳤다.
주시경 선생의 업적은 우리나라가 우리만의 고유 언어로 생각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의 국어 사용 실태를 보면, 욕설은 더 험악해지고, 무분별한 인터넷 용어, 'ㅋㅋ'나 'ㅎㅎ' 'ㅠㅠ'처럼 심각해지는 문자 탈락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 주변 친구와 자기 국어 사용에 대해 점검해 보고, 잘못된 점을 찾아 해결 방법을 논리적인 글로 써 봅시다(600자 내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