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또 밟았네. 사무실에 가면 악취가 진동할 텐데…."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한 건축사무소에 근무하는 김모(34) 씨는 최근 의창구청에 보행로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치워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김 씨는 "많은 사람이 인도 곳곳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밟거나 열매가 옷에 떨어져 낭패를 당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창원시 산하 각 구청에 은행 열매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5개 구청은 오는 16일까지를 집중 채취 기간으로 정해 열매 치우기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의창구청은 공무원과 동별 자생단체 회원 등 430명으로 팀을 꾸려 지난 2일부터 팔용로 등 주요 노선별 은행나무의 열매를 채취하고 있다. 성산구청 등 다른 구청 역시 각 동사무소 책임 하에 주요 도로에서 은행 열매를 따고 있다. 하지만 구청별로 담당할 은행나무가 500여 그루에 이르는 데다 인력이 적어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각 구청이 집중 처리 기간까지 정해 은행 열매 따기에 매달리는 것은 은행 열매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폭주하는 데다 환경·위생상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열매는 냄새가 고약하고 처리하기도 곤란하다.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각 구청에 접수된 민원의 절반가량이 은행 열매를 치워달라는 것이다. 민원 내용은 '은행 열매가 바닥에 떨어져 심한 악취를 풍긴다', '길을 가다 은행 열매를 밟아 일과를 망쳤다'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은행나무가 자동차 매연에 강하고 가로수로 좋은 조건을 갖춰 다른 나무로 가로수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초가을 불청객 은행 열매 민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