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만6000명에 지급명령 신청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을 악용해 무차별 악성 소송을 제기한 사기단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2012년 3월 28일부터 지난 1월 9일까지 총 2만6851명을 상대로 303억 6000만 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신청해 16억 원가량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불법채권추심업자 최모(36) 씨 등 9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등은 10~20년 전 건강식품, 생활용품 등을 할부로 구매했지만, 원금을 다 갚지 못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최 씨 등은 브로커를 통해 원금의 2~6% 정도의 낮은 금액으로 채권을 샀다. 피해자들의 남은 할부금은 대부분 5만~10만 원 정도의 소액이었지만, 최 씨 등은 이를 부풀려 소송을 진행했다. 최 씨 등은 정상적인 채권 추심행위인 것처럼 꾸며, 약 4만 명의 신용을 조회하기도 했다. 이 중 비교적 신용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우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최 씨 일당은 추심행위 없이 3년이 지나면 일반적으로 채권의 소멸시효는 사라지지만, 전자소송시스템으로는 소멸시효의 확인이 안 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채무자가 소송 관련 서류를 받고 2주 안에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요구한 금액이 지급명령으로 확정된다는 점과 물건을 산 지 오래된 경우에는 내야 할 금액의 액수를 잊는 사례도 많다는 점을 노렸다.

실제 피해자 중에는 1992년 물건 대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100만 원을 뜯긴 사례도 있었다. 이 피해자가 실제로 내야 할 돈은 8만 원이었다.

연제경찰서 김회성 팀장은 "타인에게 양도된 채권으로는 업무적으로 소송이 불가능하다"며 "전자소송시스템에 양수채권을 구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피해를 많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의 채권추심업체 20곳이 비슷한 수법으로 영업하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