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부산지역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 중에서는 재정지원 제한 등에 해당하는 이른바 '부실대학'(D·E)은 없었으나 대부분 B·C등급이어서 정원감축을 할 수밖에 없다. B등급 대학은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정원을 4%, C등급은 7%(전문대는 B등급 3%, C등급 5%) 줄여야 한다. 대학별 감축 인원이 100~200명이어서 학교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자율 감축에 이어 평가 결과에 따른 정원 줄이기까지 해야 해 지역대학은 더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평가 결과 공개 여부를 두고 교육부의 이중잣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부실대학(D·E) 공개 정도에만 그쳤던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올해는 상위그룹(A·B·C)과 하위그룹(D·E)으로 구분했다. 이 중 하위그룹은 재정지원이나 학자금 대출 등 제한으로 신입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학의 실명을 공개했다. 하지만 상위그룹인 A~C등급은 비공개했다.
이에 대해 지역대학은 "수도권 대학을 감싸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반발했다.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A~C등급 중 '자율조정'에 해당돼 사실상 정원감축을 하지 않아도 되는 A등급 34개교 중 수도권은 20개교, 지방대 14개교로 수도권 대학이 사실상 싹쓸이했다. '인 서울' 대학이라 지칭되는 중급 이상 규모의 대학은 A등급 명단에 모두 포함됐다. 부울경 지역에서는 부산가톨릭대가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았다. 부산대조차 B등급을 받았고, 전국 9개 거점국립대 중 A등급을 받은 곳은 전북대와 전남대 두 곳에 불과했다.
이는 교육부의 지난달 31일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 언론 브리핑에서도 지적됐다. "대학별로 통보했음에도 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교육부 측은 "대학한테 상당히 불리한 정보이기 때문에 실명을 거론하면서 공개하려면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업률 등 다른 지표는 모조리 실명을 공개하면서 구조개혁 평가 결과만 일부 공개한다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A등급 학교 수(34개교)도 애초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을 정원감축 폭풍에서 구제한 형국이다. 사실상 '지방대 죽이기'라는 것이다.
교육부 김재춘 차관은 "지금까지 재정 지원과 연계한 정원 감축은 70% 이상이 지방대에 집중됐으나 이번 평가 결과에 따른 추가 감축은 수도권 대학이 50%대를 차지해 지역 간 정원감축 격차가 완화됐다. 애초 우려와는 달리 지방대가 선전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지방대학들은 이러한 해명이 '꼼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이 A등급을 싹쓸이했다는 게 공개되면 손가락질 받을 게 뻔하니 법적 근거 운운하고 수치로 포장해가며 비공개로 돌린 게 분명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조개혁 평가의 충격은 전문대학으로 갈수록 더 크다. 지역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취업률이나 정부 재정지원 수주에서 전국 최상위권인 전문대학들은 C등급을 받고, 별 성과도 없는 수도권 전문대들은 A등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 대학도 알 길이 없어 억울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