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환 축구 꿈나무 장학회' 송춘열 회장이 28일 정용환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사진과 기사로 장식한 가게 벽을 가리키며 고인과의 추억을 소개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유품 모아 기념관 조성 추진

28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중국음식점. 벽면 한 쪽이 얼마 전 암 투병 끝에 사망한 부산축구협회 고(故) 정용환 기술이사의 사진으로 가득 찼다. 가로 230㎝, 세로 120㎝ 크기 직사각형 모양의 아크릴판에는 정 이사가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할 당시 사진과 은퇴 후 유소년 교육에 나선 사진 등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곳은 정 이사의 후원회장으로 활동하다 최근 정용환 축구 꿈나무 장학회를 만든 송춘열(54) 회장이 운영하는 중식당이다. 송 회장은 정 이사의 사망 후 장학회를 결성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기 식당에 정 이사를 기념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을 방문하는 40~50대 축구팬들은 대부분 사진 속 정 이사를 기억하고 송 회장에게 정 이사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 깜짝 놀라는 손님도 있다. 정 이사의 사진을 보고 이 중식당의 단골손님이 된 사람도 많다. 앞서 그는 자기 개인 차량도 정 이사의 사진과 기사 등으로 도배했다. 이 차는 송 회장이 가장 아끼는 재산 1호다.

정 이사의 후원회가 만들어진 사연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 회장은 자기 식당의 단골손님이던 정 이사 사촌누이의 소개로 정 이사를 처음 만났다. 정 이사가 회원들에게 축구 강습을 해주며 인연을 맺었고 이들은 2004년 정용환 후원회를 결성했다. 후원회 회원은 대부분 '중국집 사장'으로 구성했다.

후원회는 지난 6월 7일 정 이사가 암 투병 끝에 사망하자 지난달 28일 정용환 축구 꿈나무 장학회를 새롭게 설립했다. 정 이사의 이름으로 한국 축구에 이바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장학회는 기금을 조성해 유소년 축구대회 등에 장학금을 후원하고 축구 꿈나무에 장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적당한 장소를 마련하면 정 이사의 유품 등을 모아 기념관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후에는 정 이사의 이름을 딴 유소년 축구대회도 연다. 애초 정용환 후원회는 대부분 회원이 중국집 사장이었지만 정 이사 사망 후 장학회에 가입한 사람 중에는 택시기사 등 다른 직종 사람도 늘었다.

송 회장은 "정 이사가 잊히는 것이 너무 아쉽다"며 "그를 기억하려고 벽면에 정 이사의 사진을 정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