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산 북구 덕천동 북구문화빙상센터에서 아이들이 스케이팅을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아스팔트를 녹일 것 같은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이 무더위가 반가운 이들이 있다. '더위를 피하려는 자'를 맞이하는 이들은 "요즘만 같아라"고 입을 모은다. 폭염지수와 함께 불쾌지수도 동반 상승 중이지만 이들에겐 오히려 신바람 나는 여름이다.

부산의 대표 수산시장인 자갈치시장은 이번 더위 덕분에 얼음 공급량이 크게 늘었다. 금세 부패하는 해산물의 선도 유지를 위해서는 얼음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자갈치 시장의 얼음 사용량은 한 달 전만 해도 일 평균 6t이었으나 최근에는 10t가량으로 급증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주춤했던 경기도 완전히 회복됐다. 어패류처리조합에서 매일 새벽 제빙공장에서 얼음을 사 오면 상인들이 가져가는데 사용량이 늘어 조합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서구 암남동의 공동어시장도 마찬가지로 얼음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최근 한달간 얼음 사용량은 3100t으로 전달에 비해 30~40%가량 늘었고 수입도 3000여만 원 늘었다.

시민들도 '얼음 나라'를 찾아 나서기 바쁘다.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아이스링크장은 지난해 여름 대비 이용객이 20%나 늘었다. 방학과 무더위가 겹치면서 시민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평일 기준 하루 500명 넘게 방문하며, 주말에는 700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북구 문화빙상센터도 보통 500명가량의 주민이 이용하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이용객 수가 700~800명까지 늘었다.

해운대해수욕장의 파라솔 임대업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일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6000개의 파라솔이 동났다. 피서객들은 파라솔을 이용하기 위해 줄까지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파라솔 영업을 하는 신종래(44) 씨는 "메르스 여파로 주춤했던 지난달과 달리 이번 달에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며 "무더운 만큼 영업이 잘되므로 신바람 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변의 밤도 뜨겁다. 거리 공연인 버스킹이 활발하게 펼쳐져 누구나 밤샘 공연을 즐긴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밤바다를 찾은 관광객은 밤새도록 이뤄지는 공연에 무더위도 잊었다.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주말 동안 거리공연을 벌이는 밴드 '나무그늘'의 멤버 최근호(36) 씨는 "거리 공연의 경우 사람들이 바닷가로 몰리는 7~8월이 성수기"라며 "계절마다 관객의 반응이 다른데 여름이 가장 화끈하고 관객의 흥도 쉽게 올라 연주자도 함께 즐기는 공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앨범 구매나 연주팀에 대한 기부에 가장 여유로워지는 때도 여름이다"고 전했다.

동래구 사직동 애견 카페 '프란다스의 개'에서 피서를 떠난 주인들이 맡기고 간 반려견들이 놀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여름철 먹거리를 파는 가게도 호황을 맞고 있다. 이름난 냉면·밀면 가게는 자리가 없어 10~20분씩 줄을 서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연제구 연산동 가야밀면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로 영업이 부진했는데 요즘에는 점심시간이면 30여 개의 테이블이 만석이 될 정도로 손님이 많다"며 "하루에 700명가량의 손님이 찾아오는 등 기대 이상의 매출을 보인다"고 말했다.

견공들도 덩달아 시원한 여름을 만끽하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피서지로 떠나는 견주들이 반려견을 애견호텔 등에 맡기기 때문이다. 아직 부산지역의 애견호텔 수는 정확한 집계가 없지만, 대부분 애완동물숍·애견카페 등에서는 휴가철 남겨진 반려견 등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래구 사직동 '프란다스의 개' 심스텔라(여·32) 씨는 "휴가철에는 평소보다 애견호텔에서 숙박하는 강아지들이 10배가량 많아져 최근에는 30마리 정도의 애견을 맡아서 관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