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방안전본부(소방본부)의 구조 출동 건수가 동물 구조 등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동물 구조 때문에 실제로 위급 상황에 빠진 시민들이 소방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지난해 소방본부의 사고별 구조 건수를 보면 총 2만1571건의 출동 가운데 동물구조가 4951건으로 전체의 22.95%를 차지했다. 여기에 벌집 제거로 출동한 건수 4467건(20.71%)을 합치면 소방본부의 출동 건수 중 절반가량이 인명구조가 아닌 동물 관련으로 출동한 셈이다. 그뿐 아니라 응급상황이 아닌데도 잠금장치를 개방하기 위해 출동한 건수(잠금 개방)도 1516건으로 전체의 7.03%에 달한다.

올 상반기 출동 건수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1일부터 6월31일까지 소방본부의 구조 출동 건수는 동물구조가 전체 8934건 중 2378건(26.62%)에 이른다. 잠금 개방은 총 823건으로 전체의 9.21%를 차지한다. 다만, 벌집 제거는 427건(4.78%)로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벌집 제거 요청이 대부분 가을철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물구조 건수가 많은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길고양이 개체 수가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소방본부는 추정한다. 예전에는 위급한 상황에 빠진 동물을 구해달라는 신고가 많이 접수됐지만, 최근에는 길고양이 새끼가 시끄럽다거나,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는 요청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부산에 제대로 된 동물 보호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사하구에 야생동물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야생동물'의 치료와 보호 등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긴급하지 않은 신고에 대처하기 위해 '생활불편구조대'를 따로 편성했지만, 간혹 인원이 없으면 소방대원들이 소방차를 타고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때 화재가 겹치면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지만, 신고한 시민의 불편을 감안해 최대한 해결해 주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