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와 경기침체로 '에너지 절약 단속'이 힘을 잃었다. 개문냉방(문 열고 냉방 영업) 단속 한 달째지만 실적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8월 28일까지 본격적인 개문냉방 단속기간이다. 냉방을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으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추진됐다. 단속기간에 적발되면 1차로 경고장을 받고, 2차 적발 때 50만 원 등 최대 3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부산지역 16개 구·군 가운데 지난 30일까지 약 한 달간 개문냉방 영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고장 발부도 총 2건에 그쳤다.

개문냉방 단속 실적이 낮은 이유는 태풍 등 궂은 날씨에 에어컨 가동이 적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경기침체와 맞물린 탓이다. 메르스 사태가 최근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상인에게 수십만 원씩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 단속 권한이 있는 지자체는 주 1회 현장에 나가 점검을 하면서 경고장이나 과태료 부과보다는 계도·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영세 상인의 사정을 고려하면 엄격하게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난감하다"며 "상가 밀집지역을 다니며 홍보 위주로 에너지 절약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여름 전력수급이 여유롭다는 점도 단속이 줄어든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전 부산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전기소비량이 가장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8월을 기준으로 전력 공급 능력은 8830만㎾에 달한다.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8090만㎾로 추정하면 740만㎾가량의 예비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한전은 내다보고 있다. 2013년 예비전력이 472만㎾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신규 발전소의 본격적인 가동으로 예비전력량이 늘었다"며 "이상기온, 대형발전소의 불시 정지 등 돌발 상황이 없으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