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대 땅값 무려 7배나 올라

- 건물 임대료 해운대 맞먹어

"여기가 송도해수욕장 맞나요."

최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을 찾은 김우영(여·34·영도구 청학동) 씨는 확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10여 년 전 친구와 송도를 찾았을 때만 해도 지역 주민도 찾지 않는 썰렁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10여 곳의 카페도 해변 풍광을 그대로 담고 있는 데다 '브런치족'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주말 오전 11시가 되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김 씨는 "예전의 '촌발' 날리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해변이 아름다워졌다"며 "카페마다 브런치 시간대 할인을 하는 등 도심 휴양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전국 1호 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이 최근 수년 새 확 달라지면서 1960, 1970년대 대표적 관광지 명성을 되찾고 있다. 피서객 수가 아직 해운대해수욕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광안리해수욕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올해 누적 방문객이 부산 2위 광안리를 앞섰다. 2005년 321만 명이던 송도 방문객은 2007년 400만 명, 2011년 500만 명을 기록하더니 8년 뒤인 2013년에는 668만 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본격 피서철을 앞둔 31일 현재 벌써 250만 명을 넘었다. 피서객 수는 지자체가 어림셈하므로 정확하지 않지만 송도해수욕장에 가보면 피서객이 많아졌음을 실감한다. 해운대와 광안리가 정체된 느낌이라면 송도는 속도를 내고 발전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니 주변 부동산값도 오른다. 지난해 송도해수욕장 인근에 분양한 아파트는 단기간에 다 팔렸다. 땅값은 10년 전에 비해 7배가량 올랐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정윤규 송도상인번영회장은 "해변 땅은 평당 600만 원 정도에서 지금은 4000만 원까지 올라간 경우도 있다. 임대료는 40평 기준 한 달에 300만 원가량으로 해운대와 광안리 못지않다"고 말했다.

2000년 서구가 시행한 연안정비사업이 송도의 변신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평균 폭 20m에 불과했던 백사장이 60m로 넓어지고, 바닥분수대(2005년), 인공폭포(2008년), 해상 다이빙대(2013년), 해상산책로(2015년) 등 독특한 친수공간이 들어서면서 송도만의 독특함을 피서객에게 안겼다.

하수와 빗물을 구분해 수질을 개선한 것도 송도 부활의 견인차다. 인근 주택과 가게의 오·폐수가 여과 없이 바다로 흘러들던 구조를 개선했다. 오수는 중앙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고 깨끗한 빗물만 바다에 흘러들도록 차집관로를 설치했다. 누렇고 알 수 없는 악취를 풍겼던 바닷물에서 지금은 청량한 푸른 빛이 감돈다. 송도해수욕장과 접한 암남어촌계 주석만 계장은 "오수 분리 시설을 갖춘 뒤 바닷물이 깨끗해지면서 전복 성게 등 고급 어종의 어획량이 늘었고 치어 방류도 성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6월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개방한 해상산책로는 송도 바다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거북섬 옆 104m 길이의 거대한 조형물은 그 이름대로 바다 위를 거니는 듯한 경치를 관광객에게 선사한다. 관광객이 가장 먼저 들르는 명소다. 즐길 거리가 부족한 송도해수욕장의 약점을 해상산책로가 말끔하게 씻었다.

지난해 재개된 포장유선(놀잇배) 사업 또한 해상산책로와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켰다. 놀잇배는 송도 4대 명물의 하나로 1970, 1980년대 큰 인기를 누렸다. 사업장 관리자 박철완 씨는 "최근 해상산책로를 찾는 관광객 덕에 놀잇배를 타는 이들도 덩달아 늘었다"며 "성수기 주말에도 한두 차례 출항한 지난해와 달리 요즘은 평일 서너 번, 주말엔 열 번가량 출항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 척의 놀잇배가 송도 유람의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암남공원 방향 바다를 매립해 들어설 오션파크(면적 1만9200㎡)가 완공되면 송도는 또 한 번 도약한다. 박극제 서구청장은 "해상산책로의 나머지 109m 구간을 추가로 설치하고 캠핑장과 공연장으로 활용할 오션파크가 모습을 드러내면 송도는 전국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