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식재료가 다양하지만 요리방법은 우리보다 단순하다. 주로 기름으로 볶거나 튀긴다. 우리는 날로 먹고, 구워 먹고, 삶아 먹고, 끓여 먹고, 튀겨 먹고, 쪄서 먹고, 조려 먹고, 무쳐 먹고, 데쳐 먹고, 볶아 먹고, 지져 먹고, 말려 먹고, 썩혀 먹는다. 이 중 가장 드라마틱한 조리법은 썩혀 먹는 것이다.

썩혀 먹는다! 정확히 말해 삭혀 먹는다! 못 먹게 하는 부패가 아니라 익도록 하는 발효이기 때문이다. 익히는데 불로 죽이는 게 아니라 균을 살게 한다. 균을 인위적으로 넣어 사용하기보다 떠다니는 균이 저절로 와서 서식하도록 한다. 우리는 매일 발효 음식을 알게 모르게 먹는다. 아이들이 피자, 치킨, 햄버거 등을 아무리 좋아해도 외국에 며칠 있으면 한식이 그리워진다. 대대로 삭힌 음식을 먹고 큰 엄마 배 속에서부터 타고난 입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된장찌개, 고추장, 비빔밥, 김치, 깍두기 등…. 우리 음식 문화에서 발효음식은 소 등의 젖을 발효시킨 요구르트, 치즈처럼 음식의 한 종류가 아니라 밑바탕 저변(base)을 이룬다. 저음(bass) 없는 음악은 맛이 안 나듯 장류 없는 음식은 맛이 안 난다.

불려서 삶은 콩을 속성으로 발효시킨 청국장이나 오래 묵혀서 발효시킨 메주를 원료로 또 발효시킨 간장, 된장, 막장, 고추장 등의 장류(醬類)는 가장 한국적 음식이다. 물론 일본에 발효음식인 장유(醬油, しょうゅ), 중국에 춘장(春醬)으로 한국화된 첨면장(甛麵醬), 베트남에 느억맘 등의 어장(魚醬)이 있지만 우리의 장류와 김치, 젓갈 등 다채로운 삭힌 음식들과는 도저히 상대가 못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