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대가 방학을 맞아 개설한 '논어 100회독 여름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 23일 경남 양산시 남강서원에서 조선시대 전통 복장으로 논어를 공부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 영산대 '논어 100회독 캠프'
- "공부하는 마음가짐 익히려"
- "고전에서 삶의 지혜 얻으려"
- 서당서 한복 차려입은 학생들
- 문장 읽고 외우기 구슬땀

'자위자산(子謂子産)하사대 유군자지도사언(有君子之道四焉)이니 기행기야공(其行己也恭)하며 기사상야경(其事上也敬)하며 기양민야혜(其養民也惠)하며 기사민야의(其使民也義)니라'.

지난 23일 오후 2시 영산대 양산캠퍼스 인근 남강서원. 한복을 갖춰 입은 대학생들이 서당 책상 앞에 앉아 '논어' 제5 공야장(公冶長)편 읽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영산대가 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논어 100회독 여름캠프' 현장이다.

'훈장님'인 부남철(창조인재대학) 학장의 설명이 계속됐다. "그냥 읽으면 안 돼. 리듬을 타야 해. 기행기야'공'하며 기사상야'경'하며 기양민야'혜'하며 기사민야'의'니라. 이렇게 마지막 글자를 강조하며 읽어야 해. 이번엔 이 줄이 읽어볼까?" 지목받은 학생들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다른 친구 앞에서 큰 소리로 문장을 줄줄 외우기 시작했다.

문장 독해도 이어졌다. "'선생님께서 자산에 대해 말씀하셨다. 군자의 네 가지 도를 가진 사람이다. 그 몸가짐이 공손했고, 윗사람을 섬길 때 공경스러웠으며, 백성 부양하기를 은혜롭게 했고, 백성에게 일을 시키기를 의에 합당하게 했다'는 뜻이야. 군자의 도를 이야기하는 구절이지."

1997년부터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논어를 교양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가르치는 영산대는 이번 여름방학에 '논어 100회독 캠프'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4주간 계속되는 이번 캠프는 '책을 100번 읽으면 저절로 이해된다'는 옛말도 있듯이 여러 번 큰 소리로 읽다 보면 논어의 가르침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 과정에서 참된 인성을 배우고 자신감도 높인다는 의도다. 이번 캠프에는 10여 명의 논어 전문 교수진이 직접 강의한다. 학생은 논어 원문 읽기 및 암송을 비롯해 맹자 손자병법 등 고전과의 연관 주제로 토론을 벌이며, 산행대회 등도 체험한다.

방식도 전통 서당식으로 색다르다. 학생은 한복을 입고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강독해야 한다. 부 학장은 "물론 논어 내용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부하는 마음가짐, 태도를 갖추게 하는 게 이번 캠프의 1차 목표"라며 "더워도 귀찮아도 힘들어도 참고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습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 있게 되고, 나중에 2학기 때 학습태도는 상당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1학년 김혁주(공직인재학부) 씨는 "1학기 때 교양필수로 들었던 논어가 처음에는 따분했는데 곱씹을 문장이 많아 심화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옷을 (갖춰) 입고 공부를 하니 선비가 된 느낌이라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1학년 성민지(경찰행정학과) 씨는 "문장을 통째로 외우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발표력에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 앞으로 청렴한 경찰이 되고 싶은 꿈을 실현하는 데 논어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영산대는 이번 캠프의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앞으로도 방학을 이용해 논어 100회독 캠프를 계속 개최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왜 논어일까. 현실적으로 인문학, 나아가 고전은 고리타분한 구시대 유물로 천대받는 시대다. 취업 위주로 학과를 재편하도록 정부가 앞장서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중이라 위축된 인문학은 더욱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래도 대학은 인문학에 주목했다. 취업도 중요하지만 취업을 하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는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동양 최고의 고전이고, 이 책의 인간 본질에 대한 통찰은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을 지닌다"면서 "인간과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해법은 인문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더욱 고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