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태료 최대 200만 원 그쳐
- 인근 주민·업소 고통호소

각종 개발 사업으로 시민들이 극심한 공사장 소음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치단체들은 이를 제재할 관련법이 미비하다며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공사장 소음 신고 건수는 2011년 2947건에서 지난해 3875건으로 3년 새 31%나 급증했다. 하루 평균 11건가량 공사 소음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공사장 소음은 지난해 접수된 부산지역 전체 생활소음 4796건 중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 소음은 연 300건 정도다.

공사장 소음이 이처럼 매년 많이 늘어나면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지만 제재 방안은 마땅치 않다.

요즘 사하구 하단동에는 내년 10월 준공 목표로 복합패션쇼핑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건물은 지하 10층, 지상 18층, 총면적 5만9400㎡ 규모로 사하구에서 처음으로 영화관도 들어서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공사장 주변 주민들은 "소음으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변에 모텔과 주점은 물론 주택이 몰려있지만 주중이면 종일 '쾅쾅'하는 굉음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미영(여·51) 씨는 "종일 소음이 울리다 보니 장기 투숙을 하는 손님은 물론 일반 손님도 자취를 감췄다"며 "손님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내려앉았다"고 하소연했다.

관할 지자체가 단속에 나서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 사하구는 지난 3일 이 공사장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75㏈을 기록하자 '생활소음 규제 위반'으로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다. 이 공사장은 지난 6월 착공 이후 계속 소음 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총 7차례에 걸쳐 과태료 1200만 원을 물리는 데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소음으로 인한 과태료 상한액이 200만 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음 문제가 아무리 심각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해도 공사 중지 등의 강경 조치는 불가능하다. 또 자치단체에서 24시간 측정이 가능한 소음측정 자동화기기 설치를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설치한 시공사는 거의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서부산지역에 공사 현장이 늘어나면서 공사장 소음 민원도 늘었다"며 "하지만 단속 인력은 기초지자체마다 1명에 불과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