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설공단이 고장으로 도개가 중단된 지 35일 만인 3일 정오에 영도대교를 들어올리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지난 5월 28일 도개 중 고장으로 중단한 부산 영도대교가 35일 만에 우뚝 섰다. 3일 오전 11시20분께 영도대교 아래 기계실 분위기는 분주했다. 영도대교 도개 기능 복원 공사의 시공사인 롯데건설 관계자는 안전관리 요원들에게 기계의 작동 원리와 일어날 수 있는 이상 작동의 유형, 유사시 대처 요령 등을 설명했다.

다리 위에 자리한 운영실에는 경보장치가 설치됐다. 영도대교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은 이날부터 도개 중 이상 작동을 감지하는 직원 한 명을 추가로 두고 유사시 경보를 울리도록 했다. 오전 9시부터 현장에 나와 도개 행사를 준비하는 직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정오가 다가오자 다리 양방향 차와 사람의 통행이 금지됐다. 미처 도개 재개 소식을 접하지 못한 시민이나 운전자도 있었지만 통제를 잘 따랐다. 다리 아래 중구 쪽 물양장엔 오랜만에 다리를 올린다는 소식에 시민 수십 명이 몰렸다.

도개가 시작되자 공단 직원들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상판 위에 계란을 집어 던졌고, 대교동 영도경찰서 앞에선 풍물패 공연이 벌어졌다. 토목기술자 사이에서 구조물을 첫 가동할 때 안녕을 기원하며 계란을 던지는 풍습이 있다. 상판이 완전히 내려온 후에야 부산시설공단 교량기전팀의 김실근 팀장도 긴장감을 내려놓았다. 김 팀장은 "어제까지 영도대교의 이상 유무를 점검했고, 작업을 마친 후엔 고사까지 지냈다"고 말했다.

영도대교 도개 재개에 대해 부산관광공사와 부산관광협회는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상판을 다시 들어 올린 첫날 영도대교를 찾은 관광버스는 한 대도 없었지만, 사고 이전 영도구가 관광객 3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 따르면 도개 이후 영도구와 중구로 향한다고 답한 관광객이 각각 39%와 35%로 집계돼 인근 상권은 도개의 긍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리를 들어 올리지 않은 기간 도개 시간과 빈도를 놓고 이견이 생겼다. 영도구 일부 주민이 도개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도개 시간 변경을 요구했다. 영도구는 최근 3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4%의 주민이 도개 시간 변경을 원했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오는 6일부터 부산시와 중구, 시설공단 등 관계 기관과 도개 시간·빈도를 놓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구와 부산관광협회에서는 "2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정오 도개가 자리 잡았다. 지금 바꾸면 혼란이 일어난다"고 맞섰다.